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순천 여성 청소년 피살 사건에 분노 확산
모르는 30대 남성이 범행
대로변에서 귀가 중 참변
‘살아남은’ 이들의 추모 물결
SNS선 “강력 처벌” 촉구
전남 순천의 한 대로변에서 일면식도 없던 남성에게 살해당한 10대 여성 청소년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또다시 고귀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29일 엑스(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순천시 조례동 대로변 사건 현장을 찾아 A양(18)을 추모하는 메시지와 국화꽃을 남겼다는 사진과 후기들이 공유됐다. 사진 속 사건 현장 옆 화단에는 국화꽃과 딸기우유, 과자가 놓여 있었다. A양의 친구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추모 메시지도 남아 있었다.
“하나뿐이었던 내 친구.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정말 아팠을 텐데 너무 미안해. 잊지 않고 지내며 항상 그리워할게”라는 글이 적힌 작은 팻말도 보였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솜방망이 처벌이 범죄를 부추긴다” 등이 적힌 팻말도 놓여 있었다.
지난 26일 0시44분쯤 순천시 한 대로변에서 길을 걷던 A양은 뒤따라온 30대 남성 B씨에 의해 살해됐다. B씨는 A양을 여러 차례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광주지법은 지난 28일 B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건 당시 A양은 친구를 집까지 데려다준 뒤 귀가하는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청소년이 영문도 모른 채 무참히 살해당한 흉악 범죄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경기 부천에서 초등학교 2학년 딸을 키우는 전모씨(40)는 “30대가 훨씬 어리고 약한 학생이자 여성을 타깃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 아니냐”며 “가해자가 술을 마셔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던데 그런 꼼수에 상관없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씨(21)는 “피해 학생보다 단지 세 살 많을 뿐이지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가족들과 이 사건에 관해 얘기하다가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지 말고 집에 일찍 들어오라’는 식으로 대화가 끝났는데 왜 결론이 그런 식으로 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사회가 낮이든 밤이든 왜 불안하게 살아야 하는지를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추모와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시민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이유 없이 자신보다 약자인 여성을 공격한 강남역 살인사건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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