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는 상속세 ‘배우자공제 확대’ 강조했는데…정부 '자녀만‘10배로’ 아전인수

김윤나영 기자 2024. 9. 2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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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놓은 세법 개정안선
배우자공제 두고 자녀만 ↑
연구용역 결과와 차이 상당
기재부 “자녀공제 더 급해”
전문가 “감세할 상황 아냐”

기획재정부가 상속세 개편을 위해 민간에 맡긴 비공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배우자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기재부가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배우자공제를 그대로 두고 자녀공제를 지금의 10배인 5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과 다르다.

경향신문은 29일 법무법인(유) 광장과 삼정KPMG가 지난 5월 기재부에 비공개로 제출한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보고서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했다.

기재부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상속세 제도를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는 사망자의 유산 총액에 상속세를 매기는데, 이를 상속인 1인당 물려받은 유산취득분에 매기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유산취득세 도입 시 배우자공제를 확대하자며 두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배우자가 재산을 상속받는 것은 ‘세대 간 이전’이 아니라 ‘세대 내 수평적 이전’이므로 비과세하거나 현재 최대 30억원인 배우자 상속공제 한도를 늘리는 방안이다.

보고서에서는 “상속세는 부의 재분배를 통해 기회의 평등을 도모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세대 간 상속에선 상속세를 통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필요가 있으나 세대 내, 그것도 공동으로 재산을 형성하는 부부간 상속에 과세할 정당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돼 있다.

피상속인(사망자)이 외국에 거주하는 등 제한적 납세의무자인 경우 자녀공제 등 인적공제 개편 방안은 독일 사례를 참고해 공제 규모를 축소하거나 현행대로 유지하자고 했다.

유산취득세 도입이 자녀 수가 적은 가구에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에선 “자녀가 2명 이상이면 유산취득세 방식에서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분할되므로 (현행) 유산세 방식보다 세 부담이 감소한다”며 “우리 사회의 출산율 등을 감안할 때 자녀 수가 적은 가구 비중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므로, 이러한 결과가 바람직한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내용은 기재부의 올해 세법 개정안과 대체로 다르다. 기재부는 배우자공제(5억~30억원)는 그대로 두고 자녀공제를 현행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올리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7월 브리핑에서 “배우자는 30억원까지 공제되고 있기에 다자녀 가구에 대우를 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배우자공제, 자녀공제를 모두 올리자는 것이 보고서의 기본 방향이고 기재부는 자녀공제 상향이 더 급하다고 본 것”이라며 “기재부도 배우자공제 확대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산취득세 도입을 전제로 2단계 감세 계획을 세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세 공제금액 상향과 유산취득세 전환을 한꺼번에 추진하면 부자 감세라는 반발이 클 텐데, 올해 1단계로 공제금액을 올리고 내년에 2단계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비판 여론이 분산·상쇄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올해도 29조원 세수 펑크 상황에서 상속세를 감세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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