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만 유망?…‘예비창업보증’ 전문직 몰아줬다
의사, 액수 기준 73.6% 차지
6대 전문직군에 95.9% 집중
“취지에 역행…재설계 필요”
국가가 유망창업자들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예비창업보증’ 제도 수혜 대상 10명 중 9명은 의사·약사 등 전문직 종사자로 나타났다. 신용과 담보가 부족한 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보증기금에서 받아 2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신보기금은 올 1~8월 예비창업보증 지원 건수 2495건 중 90.1%(2248건)를 의사·약사·세무사·안경사·수의사·변호사 등 6대 전문직에 몰아줬다. 금액으로 보면 전체 6483억원 중 95.9%(6214억원)를 6대 전문직이 지원받았다.
예비창업보증 제도는 신보기금이 예비창업자의 유망성 등을 평가해 최대 10억원까지 은행 대출을 보증해주는 제도다. 박근혜 정부인 2014년 창조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돼 현재는 ‘유망창업기업 성장지원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운용되고 있다. 유망창업자로 인정받으면 담보력 없이도 정부 보증으로 창업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이 제도의 전문직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6대 전문직 창업자에 대한 예비창업보증 건수는 2019년 77.8%에서 해마다 늘어 올해 90%를 넘어섰다. 지원금액 비중도 2019년 86.0%에서 올 1~8월 96%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커졌다.
직종별로 의사가 전체 예비창업보증 금액의 73.6%를 지원받아 1위를 차지했다. 약사는 15.0%의 금액을 지원받아 2위였다. 이어 세무사 2.5%, 안경사 2.5%, 수의사 1.8%, 변호사 0.4% 순이었다. 건수별로는 의사가 57.2%를 차지했고, 이어 약사 17.8%, 세무사 6.7%, 안경사 4.6%, 수의사 2.7%, 변호사 1.1% 순이었다.
예비창업보증이 전문직군에 집중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폐업할 확률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보기금은 내수 부진 여파로 이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신보기금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신해 금융회사에 갚아준 빚이 올해 상반기에만 1조4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전문직군에 지원을 몰아주는 건 ‘유망한 창업을 지원하자’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신용과 담보가 부족한 창업자가 아니라 전문직에 보증 지원이 쏠리는 것은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목적에 맞게 예비창업보증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보기금은 “아이디어, 기술·지식 기업은 스타트업 전용 보증을 중심으로, 전문자격 기업은 예비창업보증을 중심으로 운용 중”이라며 “예비창업보증을 제외하고 전문직군의 유망창업기업 성장지원 프로그램 지원액은 2798억원(지난해)으로 전체 지원액의 9.6%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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