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땅거미가 지면 땅거미가 사냥에 나선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랴”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사람은 그럭저럭 죽지 않고 먹고살아가기 마련임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이를 뜻하는 사자성어는 생구불망(生口不網)이다.
거미가 사람의 입안에 거미줄을 치려면 사람이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 한다. 즉 거미줄은 ‘낡고 오래됨’을 뜻할 때 많이 쓰인다. 이 때문에 거미를 한번 줄 쳐 놓고 마냥 먹잇감이 걸리기를 기다리는 게으름뱅이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거미는 수시로 새로이 거미줄을 치는 부지런한 동물이다. ‘1일 1건축’을 한다는 설도 있다. 거미줄에는 점성이 있는 끈끈한 줄과 점성이 없는 줄이 따로 있는데, 거미는 주로 점성이 없는 줄을 타고 다니는 데다 특유의 신체 구조 덕에 자신이 놓은 덫에 걸리지 않는다.
거미는 옛날엔 ‘거무’ ‘기미’ ‘거모’ 등으로 불렸다. 거무튀튀한 거미의 몸 빛깔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거미의 서식지는 풀밭, 나무 위, 건물 안, 동굴 속, 물가 등 다양하다. 땅속에 집을 짓고 살기도 한다. 이런 거미를 생물학적 분류에서 ‘땅거미’라고 부른다.
‘땅거미가 내려앉았다’는 표현처럼 “해가 진 뒤 어스레한 상태 또는 그런 때”를 뜻하는 말 ‘땅거미’가 동물 땅거미 때문에 생겼다는 설이 있다. 거미 중에는 밤에 활동하는 종들이 많다 보니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생물학적 이름은 현대에 들어 생긴 것으로, 오래전부터 써온 우리말의 어원으로 삼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땅+검(다)+이’가 변한 말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세상이 어둠에 묻히는 때다.
한편 거미와 관련해 ‘암커미’ ‘수커미’ ‘숫커미’로 쓰는 일이 흔한데, 이들은 ‘암거미’와 ‘수거미’가 바른 표기다. 우선 암수를 구분할 때 ‘숫’을 쓸 수 있는 동물은 양·염소·쥐뿐이다. 또 암수가 붙으면서 예사소리 ‘ㄱ·ㄷ·ㅂ’이 거센소리 ‘ㅋ·ㅌ·ㅍ’으로 바뀌는 동물은 개(강아지), 닭(병아리), 돼지, 당나귀뿐이다. 따라서 개미와 벌 등도 ‘암(수)개미’와 ‘수(암)벌’로 써야 한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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