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능 행차, 백성 민원 듣고 노인 공경하던 행사”
자문 참여한 김문식 교수
내달 6일 서울 경복궁서 시작
해안양·의왕·수원·화성서 행렬
정조 원행 때 ‘양로연’ 잔치를
지팡이 기부로 현대적 재해석
“‘정조대왕의 능 행차 공동재현’은 당대에도 많은 의미가 담겼고, 지금도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행사입니다.”
김문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사진)는 지난 26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서울시와 경기도, 수원시, 화성시가 공동주최하는 ‘2024 정조대왕 능 행차 공동재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의례 전문가로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번역했다. 정조는 그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소를 화성의 융릉으로 옮긴 뒤 11년간 13번 원행(園行·왕 친족의 산소에 가는 것)을 했다. 1795년에는 환갑을 맞은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정조가 함께 8일간 원행을 했는데, 당시 상황을 그림과 글로 엮어 정리한 것이 <원행을묘정리의궤>다. 의궤에는 원행에 참석한 약 6000명의 명단과 단원 김홍도와 그 제자들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함께 담겨 있다.
2016년부터 서울시와 경기도 등이 함께하는 ‘정조대왕 능 행차 공동재현’은 이 의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공동재현 초창기 자문에 참여했다.
김 교수는 “정조의 능 행차는 사도세자를 복권하기 위한 행사”라며 “정조가 원행하면서 농사짓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고, 백성들의 민원을 관리들을 통해 현장에서 전달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조는 1795년 원행 때 자신의 부모처럼 환갑을 맞은 노인들, 70세 이상의 관리들, 80세 이상의 백성들을 모아놓고 ‘양로연’이라는 이름의 잔치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축제에 초청받은 이들이 정조와 같은 음식을 담은 밥상을 받았고, 노란 손수건과 지팡이도 하사받았다”며 “백성들에게 부모에 효도하고 왕에게 충성하라는 의미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6일 진행되는 올해 공동재현에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서울시는 경복궁에서 노들섬까지 7㎞, 금천구청 입구 사거리~시흥5동 주민센터 간 1.11㎞ 구간에서 각각 행렬을 재현한다. 경복궁 앞 의정부지에서는 시민 1000명과 서울시가 공동으로 어르신이 쓸 지팡이를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는 행사가 열린다. 노들섬에서는 효를 주제로 한 편지 공모전 결과를 발표하고 효와 관련된 캘리그래피 행사도 연다. 경복궁에서 노들섬까지는 시민 총 4000명이 걷는다.
서울 구간 행렬이 끝나면 경기 안양·의왕·수원·화성시의 도로로 행렬이 이어진다. 행렬이 진행되는 도로의 총 길이는 28.11㎞다. 서울시뿐 아니라 경기도 등도 다양한 축제와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김 교수는 “당시 정조가 지나가는 지역의 관리에게 과거시험을 볼 기회를 주거나 가난한 백성에게 쌀을 나눠주고, 세금을 면제해주는 등 모든 백성들에게 혜택이 가는 부대행사도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재현이 점차 내실을 갖추고 있다.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자유로운 행사를 하라고 권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백성들의 민원을 들어보고 노인들을 공경하는 행사, 지방자치단체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행사도 앞으로 많이 진행했으면 한다”고 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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