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져 살던 아들·손녀도 왔다”... 가족축제 된 ‘서울 걷자’
무더위가 한풀 꺾인 청명한 가을 아침, 서울 도심 거리가 시민 50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29일 오전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에서 ‘제11회 서울 걷자 페스티벌’이 열렸다. 서울 걷자 페스티벌은 서울시와 조선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국내 대표 도심 걷기 축제다. 1년에 하루 차 없는 서울 도심을 느긋하게 걸을 수 있다. 선착순으로 참가자 5000명을 모았는데 접수 당일 하루 만에 마감됐다.
이날 오전 8시 참가자들은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출발해 흥인지문, 율곡터널, 청와대를 거쳐 광화문광장까지 6㎞를 걸었다. 아침 기온은 섭씨 20도. 하늘은 맑았고 선선한 가을 바람까지 불어 걷기 좋았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이병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장,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 등이 출발선에서 시민들을 응원했다. 김 부시장은 “서울시는 걷기에 정말 진심인 도시”라며 “오늘 걷기 좋은 서울을 마음껏 즐기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는 특히 가족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양미정(33)씨 가족은 65세 할아버지부터 생후 8개월 손녀까지 3대(代)가 함께 걸었다. 모두 10명. 이날을 위해 경기 의정부·평택·광명, 강원 춘천에 각각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다 모였다. 양씨는 “작년에 2대가 함께 걸었는데 올해는 3대까지 모여 소풍 온 것 같았다”며 “점심은 무교동에서 모처럼 ‘낙곱새’ 요리를 먹을 계획”이라고 했다.
류준상(44)·김경화(39)씨 부부는 연오(3)·연수(1) 형제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듯 걸었다. 엄마 김씨는 “아이들이 코스 곳곳에서 들리는 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더라”며 “온 가족이 다 같이 웃었다”고 했다. 이날 시민 밴드와 대학생 응원단 등 4팀이 코스 곳곳에서 참가자들의 힘을 북돋았다. 율곡터널 안에는 스피커와 조명을 설치해 클럽처럼 꾸몄다.
걸으면서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확인하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서울시의 건강 관리 앱인 ‘손목닥터9988′을 이용하는 시민들이었다. 손목닥터9988은 하루 8000보 이상 걸으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준다. 이들은 “가을 구경도 하고 포인트도 쌓고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척추관 협착증’을 앓고 있다는 권숙자(67)씨는 “손목닥터를 시작하고 반년 동안 매일 걸으면서 통증이 많이 사라졌다”며 “오늘도 홀가분하게 코스를 걸었다”고 했다. 양천구에 사는 최영실(55)씨는 “완주한 뒤 손목닥터 앱을 확인해 보니 순식간에 1만2000보를 넘겼더라”며 “집에 갈 때는 오늘 받은 ‘기후동행카드’를 써 볼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완주한 참가자들에게 서울 걷자 페스티벌 한정판 기후동행카드를 선물했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2000원에 서울 지하철과 버스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이용권이다.
매년 참가한 ‘단골’도 여럿 보였다. 조연성(81)씨는 이날까지 10회 연속 참가했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는 동갑인 아내와 둘이 나왔는데 요즘은 아들, 손주들도 함께 걷는다”며 “걸을 때마다 옛날 연애할 때 생각도 나고 운치가 있어 매년 찾게 된다”고 했다.
반려견도 출동했다. 김용선(48·강남구)씨 가족은 두 살짜리 푸들 ‘링고’를 데리고 나왔다. 김씨는 “우리 링고는 몸집은 작지만 평소 5㎞씩 산책하며 단련된 아이”라면서 “링고가 신나게 뛰놀아 온 가족이 행복했다”고 했다.
외국인 참가자들은 “서울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온 대학원생 은다기지마나 프랭크 애매 로드리게(24)씨는 “이렇게 대로 위를 걸으니 서울이 완전히 새롭게 보인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코스”라고 했다.
‘노익장’을 과시한 참가자도 많았다. 최고령 참가자인 이규덕(88)씨는 “코스 막판에 오르막을 넘었는데 인왕산과 청와대 분수가 짠 나타났다”며 “감동이 몰려와서 힘든 줄도 몰랐다”고 했다.
가장 어린 참가자는 경기 고양에서 온 생후 4개월 김하리양이었다. 아빠 김태선(38)씨의 가슴에 안겨 졸다 깨다 6㎞를 완주했다. 김씨는 “딸에게 멋진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내년에도 유모차를 끌고 참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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