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가격 낮추기…업계 ‘건식 공정’ 개발 박차

권재현 기자 2024. 9.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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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가 공세에 경쟁력 확보
‘전기차 캐즘’ 조기 극복 기대

국내 배터리 업계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나선 데 이어 일제히 건식 공정 상용화 작업에 뛰어들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맞서 가격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충남 천안에 ‘드라이 EV’라는 이름의 국내 최초 건식 공정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시험 생산을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4분기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건식 공정 파일럿 라인을 조성할 계획이다. 상용화 시점은 2028년으로 잡았다. SK온은 미국 배터리 제조·장비 업체 사쿠와 공동개발계약(JDV)을 맺고 건식 공정 기술을 개발 중이다. SK온의 셀 양산 기술과 사쿠의 건식 공정 노하우를 결합해 최적화된 건식 공정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건식 공정은 배터리셀 제조 과정에서 양극·음극 활물질과 전자 이동을 촉진하는 도전재, 전극(양극과 음극)을 기계적으로 안정화하는 바인더를 용매 없이 혼합해 고체 파우더로 만들어 금속 극판에 코팅하는 방식이다.

현재 대부분 배터리 기업은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에 유기용매를 섞어 걸쭉한 슬러지로 만들고 이를 극판에 코팅하는 습식 공정을 가동 중이다. 따라서 100도 이상의 오븐에서 용매를 건조해야 한다.

건식 공정은 이 절차가 필요 없어서 생산 속도와 효율을 높여 비용 혁신이 가능해진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도해온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중국 기업들이 선점한 LFP 배터리의 가격 수준 또는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도 있게 된다는 뜻이다. 배터리 업계는 건식 공정이 기존 습식 공정보다 배터리 제조 비용을 17%에서 최대 30%까지 낮출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론상 장점이 많음에도 건식 공정은 구현이 어려워 상용화까지 시일이 걸리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돼왔다.

테슬라는 2020년 4680 배터리에 건식 공정을 적용해 제조 비용을 50% 절감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아직 제한적으로만 성공한 상태다. 중국의 경우 탄탄한 공급망을 통해 저가형 배터리를 만들고 있어 건식 공정 도입이 절실하진 않다고 알려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건식 공정 기술이 완성되면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조기에 극복하고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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