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새 총리 이시바 “아시아판 나토 창설”… 내각 구성도 속도
“美 핵무기의 공유·반입 검토해야”
美 싱크탱크 기고… “中 억제 차원”
“美·日 안보 조약도 바꿀 때” 주장
당·새 내각 고이즈미 등 기용 유력
이르면 10월 말 총선 실시 가능성
“납북 해결 위해 北·日 사무소 필요”
29일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재는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기고한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시아판 나토의 창설이 불가피하다”며 “억지력 확보를 위해 이 틀에서 미국 핵무기의 공유나 반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핵연합’을 들었다. 그는 “군사협력을 심화하는 러시아와 북한이 핵기술 이전을 진행 중”이라고 지적하며 “급속히 핵전력을 강화하는 중국으로 인해 미국의 핵전력으로 동맹국을 지키는 ‘확장억제’가 기능하지 않게 됐다”고 우려했다. 또 “아시아에 나토와 같은 집단적 자위 체제가 존재하지 않고 상위 방호의 의무가 없어 전쟁이 발발하기 쉬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핵무기의 공유, 반입은 미국의 핵무기를 자국 영토 내에 배치해 공동 운용하자는 취지로 ‘핵무기 제보·보유·반입’을 금지한 일본의 ‘비핵 3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시바 총재는 지난해 중의원(하원) 회의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시바 총재는 기고문에서 ‘미·일안보조약’을 ‘비대칭쌍무조약’이라고 지칭하며 “바꿔야 할 때가 무르익었다”고 주장했다. ‘비대칭’이란 규정은 미국이 일본에 대한 방위의무를 지고, 일본은 미국에 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미국령 괌에 자위대를 주둔시키자는 제안도 했다.
하지만 현실성에 의문이 크고, 미국의 반발에 부딪힐 우려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 기고문이 총재선거 기간 중인 지난 26일 투고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미국 측에 강한 메시지가 되겠지만 미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당·내각에 경쟁자 배치… 총선 대응
자민당과 새로 출범할 이시바 내각의 주요 보직에 오를 인사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총재와 겨뤘던 경쟁자들이 눈에 띈다.
다음달 1일 출범하는 이시바 정권에서 한·일관계는 잘 관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이시바 총리가 과거사 문제를 두고 일본의 반성을 언급하는 등 온건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연구소장)는 “기본적으로 기시다 정부의 계승, 답습 수준으로 보이지만 역사 인식 문제에서 조금 더 전향적 태도를 갖고 있어 야스쿠니 참배, 위안부, 교과서 문제 등에서 벌어지는 ‘일본발 역사 마찰’이 상대적으로는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업그레이드 가능성도 언급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총리 사이에 나온 이 선언은 일본의 과거사 반성과 사죄를 공식화하고 이를 토대로 포괄적 협력방안을 담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이시바 총재는 이날 현지 공영방송 NHK에 출연해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도쿄에 북한의, 평양에 일본의 연락사무소를 두겠다고 말해왔다”면서 “많은 국가가 북한과 국교를 맺고 있는 가운데 여러 현안을 늘 물밑에서 (처리)해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납북자 가족이 고령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납치 문제 해결에 시간적 제한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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