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계는 벌써 ‘겨울’이 보인다
반도체 산업도 기준치 아래로
기업 61% “올 영업목표 미달”
국내 제조업계에 겨울이 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부진 조짐으로 제조업 경기 전체를 견인하던 반도체마저 악화해 올해 4분기 제조업체의 체감경기가 3분기보다 나빠질 것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역대 최대 실적을 향해 달리고 있는 수출 산업의 경기 전망도 기준치는 웃돌았지만 3분기부터 시작된 내림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제조업체 2252개를 대상으로 올해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 분기(89)보다 4포인트 하락한 85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BSI가 기준치(100)를 초과하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매출액 중 수출 비중 50%를 기준으로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을 나눴을 때, 내수 기업(85)뿐 아니라 수출 기업(86)도 기준치를 밑돌았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전 분기보다 각각 12포인트, 13포인트 하락한 86과 84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은 85로, 전 분기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모바일·PC 수요 둔화 우려에 최근 범용 D램 가격 하락까지 겹친 반도체가 기준치 아래로 떨어졌다. 반도체 업종 BSI는 94로 전 분기(122)보다 28포인트나 하락했다.
전력·전선 수요 증가와 미국 전력망 인프라 교체에 호조를 보이던 전기·장비 업종 BSI도 전 분기(101)보다 4포인트 하락한 97로 집계됐다. 전기차 수요 부진 등으로 지난 8월 24개월 만에 생산량 최저치를 기록한 자동차는 79로 전 분기(91)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기준치를 웃돈 업종은 화장품(110)과 의료정밀(109) 2개 업종뿐이었다.
또 올해 영업실적이 연초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61.6%로, 전년(59.2%)보다 소폭 증가했다. 4분기 대내외 위험으로는 ‘내수 소비 위축’(57.2%)과 ‘원자재 가격 상승’(39.6%)을 답한 기업이 많았다.
한편 4분기 수출 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기준치를 웃돌며 긍정적 흐름은 이어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가 수출 실적 50만달러 이상인 기업 101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103.4로 집계됐다. 다만 올해 2분기(116.0) 최고를 기록한 뒤, 3분기(108.4)부터 이어지는 내림세를 전환하지는 못했다.
4분기 수출 기업들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16.3%)과 ‘원재료 가격 상승’(16.3%)’이 꼽혔다. 특히 미국 경기 부진 우려는 전 분기보다 3.1%포인트 증가했다. 허슬비 무협 연구원은 “세계 경기, 수입 규제 관련 대외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만큼 주요국 금리와 통상 동향을 자세히 파악하고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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