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현장] 린킨 파크, 다시 돌아온 ‘마지막 록스타의 축복’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2024. 9. 2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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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오랫동안 멈춰있던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지난 28일 인천시 중구 운서동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는 린킨 파크(Linkin Park) 월드 투어 ‘From Zero(프롬 제로)’의 한국 공연이 개최됐다.

린킨 파크는 과거 2003년과 2007년, 2011년 한국에서 내한 공연을 개최한 바 있으며 이번 공연은 그로부터 무려 13년 만에 성사된 것이다.

이들의 내한 공연이 다시 개최되는 데에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는 밴드의 보컬 체스터 베닝턴(Chester Bennington)의 비극적인 죽음 때문으로, 그가 세상을 떠난 2017년 이후 린킨 파크는 모든 활동을 중단해 왔다.

그사이 그룹의 리더 격인 마이크 시노다(Mike Shinoda)가 2018년 솔로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턴테이블을 맡고 있는 조 한(Joe Hahn)이 JTBC ‘슈퍼밴드’에 심사위원으로 합류하는 등 간간이 활동을 펼치며 팬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긴 했지만, ‘완전체 린킨 파크’에 대한 아쉬움을 완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았던 린킨 파크의 시계는 2024년 8월 갑자기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밴드 데드 사라(Dead Sara)의 보컬 에밀리 암스트롱(Emily Armstrong)을 린킨 파크의 2대 보컬로 영입하고 활동 재개를 알린 것이다.

당연히 전 세계 팬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고, 단 6회이자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개최되는 한국 공연에 많은 시선이 쏠렸다.

특히 내한 공연이 열린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인천공항 인근에 위치해 있어, 이날 현장에는 한국인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많은 해외 관람객이 찾아들었다.

게다가 관람객의 나이 역시 20대부터 50대까지 매우 다양하고 성별도 고루 분포돼 그야말로 ‘하이브리드 록(Hybrid Rock)’에 걸맞은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어진 공연은 ‘린킨 파크는 린킨 파크다’는 말로 정리됐다.

첫 곡 ‘Somewhere I Belong’부터 마지막 곡 ‘Bleed It Out’까지 어느 하나만 꼽을 수 없는 명곡의 향연이 이어졌고, 현장의 관객이 이에 맞춰 시종일관 소리 지르고 머리를 흔들어 댄 것은 당연지사였다.

가장 궁금증을 자아냈던 에밀리 암스트롱의 보컬과 관련해서는 일단 대부분이 합격점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 실제 이날 공연장에서 에밀리 암스트롱은 린킨 파크 곡 특유의 스크리밍을 이질감 없이 재현해 냈고, 비교적 잔잔한 편에 보컬 톤이 더욱 중점이 되는 ‘Leave Out All The Rest’나 ‘My December’ 등은 또 다른 신선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사실 기자 역시 공연 전에는 에밀리 암스트롱에 대한 궁금증이 컸으나,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더욱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마이크 시노다였다.

과거 체스터 베닝턴이 함께 하던 시절에는 ‘그래도 프론트맨은 결국 체스터 베닝턴’이라는 말에 이견이 없을 정도로 팀의 무게 중심이 그에게 쏠려 있었다면, 이날 공연에서는 확연하게 그 무게추가 마이크 시노다에게로 옮겨간 느낌이었다.

실제로 ‘Faint’나 ‘Papercut’ 등 랩의 비중이 큰 곡에서 마이크 시노다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했고, 린킨 파크의 최대 히트곡으로 꼽히는 ‘Numb’을 오리지널 버전이 아니라 ‘Numb/Encore’ 버전으로 부른 것은 린킨 파크의 중심이 어디인지 알리는 선언문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린킨 파크는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전 세계 수많은 록 키드들을 들뜨게 만들 만큼 대단한 영향력을 지닌 밴드고, 기자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최근 록 신에서 뿐만 아니라 힙합이나 팝 신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록스타(Rockstar)’다.

지금은 선망과 동경의 대상인 최상위의 셀럽을 가리키는 일반 명사정도로 사용되는 단어지만, 원래는 당연히 인기 록밴드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리고 린킨 파크는 오리지널 의미로 ‘마지막 록스타’다.

린킨 파크는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록 신의 마지막 최전성기를 장식한 밴드이며, 린킨 파크의 등장 이래 이들이 이뤄낸 성과와 업적을 뛰어넘기는커녕 비슷하게 견줄만한 밴드조차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린킨 파크의 활동 재개는 많은 록 팬들에게 경사이자 긴 기다림 끝에 내려온 일종의 축복일 수밖에 없다.

끝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마지막 록스타’에게 미치도록 고마운 밤이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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