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야구는 계속된다

김희국 기자 2024. 9. 2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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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야구 흥행 돌풍, 응원 문화 정착이 큰 영향
MZ 여성 관중 대세로 자리…야구장 가는 게 일상으로

올해 프로야구가 꿈의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습니다. 수입도 1982년 출범 후 처음으로 1500억 원을 돌파하는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프로야구 열풍을 보면서 옛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기자는 2000년대 롯데 자이언츠를 전담 취재했습니다. 야구장에서 수많은 경기를 지켜봤고, 감독과 선수를 만났습니다. 그 와중에 극과 극을 겪기도 했습니다. 2003년 롯데는 전설적인 타자 백인천 감독을 승부사로 영입했지만 개막전부터 무려 12연패를 당했습니다. 연패에 빠지면 감독·선수뿐만 아니라 기자 역시 힘듭니다. “롯데가 또 졌다”로 시작하는 기사도 하루 이틀이지 쓸 말이 없습니다. 반대로 2008년부터 3년 동안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최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2008년 홈 관중 137만9735명을 동원해 최초로 130만 명을 넘겼고, 이듬해 138만18명으로 당시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습니다. 사직야구장은 ‘세계 최대의 노래방’으로 유명했습니다.

사직야구장과 구도 부산의 야구 열기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조명됐고, 언론뿐만 아니라 인문학자까지 가세해 부산에서 야구 인기가 많은 것에 대한 분석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기자 역시 그 대열에서 빠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썼던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간단하게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해방 이후 일찌감치 고교야구가 뿌리를 내리면서 야구 자체가 부산 시민의 생활이 됐고 자녀들을 통해 대물림 되고 있다. 여기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프로야구를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받아들여 야구가 발전했으며, 문화 공간이 부족한 부산에서 야구장이 최고의 놀이공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야구장으로 몰린다.”

돌이켜 보면 2008년 사직야구장은 프로야구의 첫 번째 변곡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초창기 주요 팬은 남성이었고 꽤 거칠었습니다. 쓰레기통이 불타고, 그물망을 스파이더맨처럼 기어오르고, 곳곳에서 난투극이 벌어지는 모습은 야구장의 일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 특히 롯데 인기가 바닥을 치던 시절 텅 빈 사직야구장에서 관중이 삼겹살을 구워 먹은 이야기와 자전거를 타고 스탠드를 돌아다닌 관중 목격담은 전설처럼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 한 선수는 수비 중 관중이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다는 믿기지 않는 경험을 들려줬습니다. 그러다 2008년 사직야구장은 젊은 층과 가족 단위 야구팬이 스탠드를 가득 메운 노래방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났습니다. 2024년 프로야구는 또 다른 변곡점을 맞아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렇다면 16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2008년 열풍의 진원지는 사직야구장과 부산이었습니다. 반면 올해는 특정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휘몰아쳤습니다. 롯데가 독점했던 130만 클럽에 다른 구단도 가입했습니다. 당연히 흥행 요인을 분석하는 기사와 보고서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개한 ‘2024 KBO 관람객 증가 요인 파악을 위한 조사 결과보고서’였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야구장 방문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응답자의 43.2%가 응원 문화를 꼽았습니다. 다음으로 경기 자체(21.4%) 식음 문화(15.0%) 순이었습니다. 특히 최초 관람자를 분석한 결과, 여성과 20대가 많았으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여성과 20, 30대 관람자가 증가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지난 7월 올스타전 티켓 구매자는 여성 관중이 68.8%로 남성(31.2%)보다 배 이상 많았습니다.

기자도 취재가 아닌 팬으로 매년 야구장에 갑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MZ세대 여성 팬의 급증입니다. 이젠 야구장의 주류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궁금했습니다. 그들을 야구장으로 이끈 정체가. 앞서 2008년 분석했던 요인들과 크게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대부분 롯데의 우승을 못 본 세대 아닙니까. 그런데 몇 번 접하고 나니 굳이 머리로 분석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 내내 응원가에 맞춰 노래 부르고 춤추면서 응원 문화를 즐기는 모습. 그 자체로 저한테 답을 줬습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사직야구장으로 가서 확인하기를 권합니다. 혹시 야구장에 갔다가 율동을 하고 싶으면 근처 보이는 MZ 여성 팬을 따라 하면 됩니다. 롯데의 응원 문화는 역동적이고 열정적이며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이젠 야구장 가는 게 일상인 시대가 정착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야구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도 이것 하나는 꼭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롯데는 언제 한국시리즈 우승합니까?

김희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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