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OTT 영화와 개막작

이원 기자 2024. 9. 2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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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함께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찾아왔다.

지난 29년간 BIFF가 영화제로서 이뤄온 정체성을 놓고 볼 때 TV나 모바일로만 볼 수 있는 OTT 영화를 BIFF 개막작으로 선정한 건 의외라는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BIFF가 고민도 하지 않고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는 것에 대해 '배신'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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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함께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찾아왔다. 다음 달 2일 개막하는 BIFF는 전 세계 63개국, 총 224편의 영화를 마련하고 우리를 ‘영화의 바다’로 인도할 예정이다. 수많은 초청작 중에서 가장 기대가 높은 영화는 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일 터다. 그런데 그 개막작을 두고 영화계에서 말이 많다.


올해 BIFF의 개막작은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진선규 주연의 ‘전, 란’이다. 신철 작가와 박찬욱 감독(제작)이 각본을 쓰고,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영화계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것은 ‘전, 란’이 넷플릭스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BIFF 기자회견에서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전, 란’의 개막 선정 이유에 대해 “역대 개막작 중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대중성을 첫손에 꼽았다. 또한 개막작을 선정하면서 “OTT 작품이라도 고민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했다.

영화계에서는 BIFF가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택한 것이 맞는 행보인가 라는 지적이 있다. 본질적으로 영화는 영화관에서 다수의 관객이 함께 보며 공감하는 집단 축제성이 발현될 때 진정성을 지닌다. 지난 29년간 BIFF가 영화제로서 이뤄온 정체성을 놓고 볼 때 TV나 모바일로만 볼 수 있는 OTT 영화를 BIFF 개막작으로 선정한 건 의외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 란’의 선정을 두고 넷플릭스의 더 많은 협찬을 위한 선택 아니냐, 아시아 영화 중에 개막작으로 초청할 극장용 영화가 그렇게 없었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한편으론 적잖은 내홍을 앓아온 BIFF의 위상이 그만큼 약해졌고, 개막작 프리미엄이 사라졌기 때문에 영화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짐작도 있다.

더 큰 아쉬움의 목소리는 한국 영화와 BIFF의 관계에서 유래한다. BIFF는 한국 영화와 함께 서로 의지하며 동반 성장해 왔다. 현재 큰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영화는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와 사활이 걸린 경쟁을 하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BIFF가 고민도 하지 않고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는 것에 대해 ‘배신’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어떻게든 개봉해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보게 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영화인들이 많은데 BIFF가 이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BIFF가 어려울 때 영화인들이 발 벗고 나섰는데, 돌아오는 것이 무엇이냐는 하소연도 있다.

BIFF는 내년에 30회를 맞는다. 이를 위해서 영화계 모두의 힘이 필요할 터인데, BIFF는 29회를 잘 마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원 서울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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