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내 삶이 가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철학자 로베르트 팔러는 ‘나쁜 삶의 기술’에서 ‘삶이 가치 있는 이유’에 대해서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썼다.
이 물음은 온갖 과잉된 욕망과 소비에 휩쓸려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무기’와 같은 질문이다. 우리 삶을 잠시 멈춰 세우고, 내가 좇고 있는 것, 내가 강박이나 집착을 느끼는 것이 진짜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묻게 한다.
내 삶이 가치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첫 번째로 가족이 떠오른다. 내 삶이 가치 있는 건 내가 돌보고, 나에게 의지하며, 내가 그 성장을 책임져야 할 아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존재가 있는 한, 내 삶은 가치 있다. 내 삶의 가치는 내가 책임지는 존재에 의존하고 있다. 그 존재가 있는 한, 내 삶이 가치 없다곤 말할 수 없다. 내 삶이 가치 없다는 말은 곧 내게 의지하는 그 존재가 가치 없다는 뜻과 같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내가 어느 존재를 사랑할 때, 그 존재는 내 삶에 가치를 준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있는 한, 내 삶은 가치 없을 수 없다. 그 말은 곧 내가 그 존재의 가치를 부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의 가치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내 삶은 가치 있어진다. 그러니까 내 삶이 가치 있기 위해서 나는 그 어느 존재를 사랑해야만 한다.
내 삶이 가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글쓰기와 관련 있는 것 같다. 내가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며 산다는 건 내 삶을 가치 있다고 느끼게 한다. 아마 그 이유는 내가 느끼는 삶의 ‘가치’가 나의 ‘고유성’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인 듯하다. 내가 다른 사람과는 다른 나만의 고유한 무언가를 실현시킨다면, 그것은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느낌을 준다.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것, 예를 들어,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온갖 소비 행위들이 ‘내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준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가령, 내가 비싼 차를 사거나 비싼 시계를 걸치고 비싼 옷을 입고 다닌다고 해서 내 삶이 ‘가치 있는 이유’가 되는 것 같진 않다. 거기엔 아무런 고유성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소비자로서 명품관의 종업원 앞에 서 있을 때, 나는 고유한 개인으로 보이는 상태가 아니다. 그냥 돈 있는 사람, 돈이라는 획일화되고 정량화된 수단만을 가진 존재로, 돈으로 환원되는 존재로 거기 있다. 나는 거기에서 ‘삶의 가치’를 느낄 순 없다.
내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세 번째 이유는 타인과 관련되어 있다.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타인과 관련되어 있지만, 조금 더 직접적인 관계성이 의미를 준다. 가족이든 친구든 그 밖의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때, 내 삶이 가치 있다고 느낀다. 그들이 웃게 하고, 감동을 느끼게 하고, 그들이 삶에서 좋은 마음을 얻는다고 느껴줄 때, 내 삶에도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대표적인 게 글쓰기 모임인데, 모임을 하며 내가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의미한 역할이 있다는 데서 내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변호사 일을 하며 의뢰인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가 감사와 기쁨을 전할 때면, 역시 내 삶의 가치를 느낀다. 사소하게는 아이 친구들을 데리고 주말에 놀면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어도, 그 순간의 내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게 된다. 삶의 가치는 타인과의 관계성에서 온다.
사람마다 가치 있다고 느끼는 건 다를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자기만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좇는다면, 의미 있는 삶을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대로,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과 별로 상관없는 것들은 걸러내고 소거하면서 사는 것이 삶의 기술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들의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삶 전체를 가치 있는 것들로만 채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중심을 잃지 않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려면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내 삶이 가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오늘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걸 했는가, 나는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들을 지향하며 그것들로 삶을 채우고 있는가.
이런 물음을 안고 살아간다면, 가치 있는 오늘 하루들이 가치 있는 삶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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