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지자체의 해양관할구역 과세권한 법제 개선
지난 달 29일 헌법재판소는 경남 남해군과 통영시 간 통영시 욕지도 인근 해역의 관할권 다툼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그간 지방자치단체 간의 해양관할구역 경계 분쟁은 주로 바다를 매립한 토지(매립지)나 어업 분쟁이었다. 그러나 공유수면(바다)에 해상풍력발전시설, 해양신도시, 석유나 가스 채취 시설,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해저케이블이나 가스관 등 다양한 시설이나 건축물이 설치되고 있어 이들 사업지의 해양관할구역 분쟁이 늘고 있다. 이번 헌재의 결정도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사업지의 관할구역 분쟁이었다.
지자체 간의 육지 관할구역 분쟁은 토지의 현황을 정리한 지적 공부가 있어 그 기재사항에 기초해서 관할구역 귀속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지적 공부가 없는 바다는 어디까지가 각 지자체의 관할구역인지 명확치 않아 헌재의 권한쟁의심판 결정에 맡기고 있다.
해양관할구역 분쟁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간 해상관할구역 획정을 위한 법률이 필요하다. 그동안 입법적 노력은 지속됐으나 아직 결실을 맺지 못했다. 2023년 1월에는 ‘해양의 효율적 이용 및 관리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해양관할구역 설정에 관한 법률’이, 그해 6월에는 ‘지방자치단체의 해양관할구역 획정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21대 국회 임기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현재까지 나타난 분쟁은 표면적으로는 해양관할구역 경계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쟁의 핵심은 지방세 과세처분권한에 대한 다툼이다. 최초 해양관할구역 분쟁인 2008년 광양시 등과 순천시 등 간의 분쟁도 매립지에 관한 재산세, 종합토지세, 사업소세 등 지방세 과세권에 관한 것이었다. 부산시 관련 행정경계 분쟁 사례도 예외는 아니다. 북항 재개발 매립지에 들어설 오페라하우스를 두고 중구와 동구는 2017년부터 5년간 행정경계 분쟁을 벌였다. 명문상으로는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오페라하우스 관할권과 인구증가로 인한 활성화 효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오페라하우스 관할 지자체의 세수 확대 효과가 분쟁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이에 앞서 부산시와 경남도의 부산신항만 행정구역 분쟁도 항만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세 과세처분 권한의 귀속 문제였다.
해상경계법이 제정돼 각 지방자치단체의 해양관할구역이 확정돼도 분쟁의 핵심 사유인 지방세 과세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새로운 해양이용·개발 행위들이 현행 지방세법의 과세대상이 되는지, 등기등록제도가 없는 해양시설물의 현황을 어떻게 파악해서 과세할지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세법은 지방세 과세대상을 법에서 나열하고 있다. 취득세 과세대상은 부동산, 기계장비, 선박, 어업권, 양식업권 등이다. 취득세 과세대상인 부동산은 토지와 건축물이며, 건축물은 토지에 정착하거나 지하 또는 다른 구조물에 설치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울산 해역에 설치될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설비는 토지에 정착된 시설이 아니어서 과세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이산화탄소 해중지중저장 시설도 지방세법상 과세대상인지 불확실하다.
지방세법의 취득세와 재산세는 현실의 취득 또는 보유 사실에 근거해 부과된다. 그러나 해양 시설물은 육상의 부동산 등과 달리 등기등록 제도가 없어 시설과 건축물의 조성·증축이나 보유 현황을 파악해 과세하기에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관할 해역은 크게 영해와 영해 밖의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구분된다. 배타적경제수역 내의 시설물이나 활동에 대한 과세를 국세로 할 것인지 지방세로 할 것인지 법원의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
지자체 해양관할구역 경계 분쟁 해소를 위해 해양관할구역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더불어 새로운 해양이용·개발 수요에 대한 과세대상 범위 정비,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과세권한 정리, 공유수면법의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 절차와 조세체계를 연계 등 지방자치단체의 해양관할구역 과세권한의 실효적 행사를 위한 관련 법제 개선도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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