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음악과 문학이 만난 새로운 장르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2024. 9. 2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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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흥미로운 공연을 했다.

이렇게 조선시대에 문학 장르인 글을 읽어주는 이야기꾼이 있었다면 전통음악에는 노래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리꾼이 있었다.

이렇게 문학과 음악이 만나 음악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새로운 판소리라는 장르가 생겨난 것이다.

판소리와 더불어 또 다른 문학과 음악이 만난 장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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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필자는 최근 흥미로운 공연을 했다. 대학로에서 4일간 열린 성우와 아나운서로 구성된 전문낭독집단인 ‘북텔러리스트’ 10주년 기념공연 ‘낭독 만찬 시리즈’가 그것이다. 이 시대의 이야기꾼을 표방하며 낭독을 통해 책 속에 담긴 상상의 세계를 살아 있는 말로 표현하는 새로운 공연 장르를 만든 것이다. 배역을 맡은 성우들이 무대에서 책 속의 인물을 목소리로 연기를 하는데 각자의 상상으로 이야기를 듣는 관객의 몰입도가 높은 공연이었다. 피리를 부는 필자 역시 또 한 명의 이야기꾼이 되어 북텔러리스트와 낭독 호흡을 같이하며 이야기에 적절한 피리 연주를 하고 때로는 피리로 극적인 효과음을 연출하며 낭독하는 장면을 더욱 실감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이 새로운 콜라보 작업은 마치 목소리가 악기처럼 음악 합주를 하듯 각자가 상대방의 호흡을 타며 하나로 어우러지는 앙상블 같았다.

판소리 공연 모습. 부산국립국악원 제공


조선시대에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전기수’가 있었다. 전기수는 소설을 구연해주는 전문 직업인으로 마을이나 저잣거리, 양반집을 돌아다니며 글을 실감나게 읽어주며 등장인물 역할에 따라 억양과 몸짓, 표정 등을 달리하며 청중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전기수가 읽어주는 책은 주로 필사된 한글 소설이 많았고, 당시 인기였던 춘향전은 필사된 이본만 무려 120여 종에 이를 정도로 직간접적 수요가 상당했음을 엿볼 수 있다. 당시만 해도 문맹자가 많아 전기수의 인기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 이후 1960년대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렇게 조선시대에 문학 장르인 글을 읽어주는 이야기꾼이 있었다면 전통음악에는 노래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리꾼이 있었다. 소리꾼이 부르는 사설은 문학의 범주고 소리꾼이 부르는 노래는 형식과 곡조를 갖춘 음악의 영역이다. 이렇게 문학과 음악이 만나 음악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새로운 판소리라는 장르가 생겨난 것이다. 판소리와 더불어 또 다른 문학과 음악이 만난 장르가 있다. 바로 선비가 향유하던 시조를 노래로 들려주는 가객의 노래가 바로 그것인데, 음악의 형식에 따라 정형시를 부르는 시조(時調), 가사체로 된 산문시를 부르는 가사(歌詞), 관현 반주에 맞추어 시조를 부르는 가곡(歌曲)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예술적으로 발전한 가곡은 실학자가 주도한 풍류방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정악이라는 장르를 생겨나게 했다.


서양에서도 문학과 음악이 만난 예는 찾아볼 수 있다. 슈베르트는 생전 600곡이 넘는 리트를 작곡하여 시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끌어올린 예술가곡의 창시자로도 불린다. 슈베르트의 ‘마왕’은 괴테의 시에 음악이 더해져 한 명의 성악가가 네 명의 등장인물을 노래하는데 말발굽 소리를 연상시키는 피아노의 반주와 함께 시에 담긴 긴박한 상황을 음악으로 실감나게 전달한 곡이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빌헬름 뮐러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한 24곡의 연가곡으로 개인의 내면을 묘사한 시의 문학적 서사를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역사 속 음악과 문학의 만남은 음악의 새로운 사조를 형성할 만큼 강하고도 긴 생명력으로 지금의 우리와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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