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인디밴드 새로움 강점…시스템은 보완해야”
- 공연기획 락인코리아가 위탁 운영
- 인기밴드 ‘보수동쿨러’ 등 거쳐가
- 청년 예술인에 더 많은 지원 필요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통상 배움에 뜻이 있어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밴드 동아리에 들기 위해 대학 입학을 결심했을 정도로 음악에 열정이 가득했던 청년이 있었다. 부산에서 밴드를 키워내는 일을 10여 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김종군 민락인디트레이닝센터장의 이야기다. 그를 만나 부산 인디음악 환경에 대한 평가와 진단 등을 들었다.
김 센터장은 1973년생으로 부산진구 양정동에서 태어났다. 양정초와 동의중 양정고를 나왔고 부산과기대 건축과를 졸업했다. 중학생 시절 일렉기타의 매력에 빠졌던 그는 고등학생 시절 음악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키웠고, 실용음악학과가 흔치 않던 시절이라 좋아했던 밴드 동아리 ‘댕기’가 있던 부산과기대(당시 부산정보대) 건축과에 입학했다. 그는 “입학 하자마자 밴드 오디션을 보러 갈 정도였다. 10대 1가량의 경쟁률이었는데 운 좋게 합격해 밴드 활동을 했다. 수업보다 동아리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밴드활동을 계속했다. 1997년 4인조 밴드 ‘필’을 결성했고, 2011년에는 밴드 ‘토다’의 초기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koul’과 ‘쥬드’ 등의 밴드에도 몸을 담았다. 여러 밴드활동을 이어가면서 그들의 고충을 직접 겪었다. 김 센터장은 “좋은 공연장에서 많이 공연하고 싶고, 음원을 널리 홍보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에 누구에게도 지원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무도 불러주지 않고, 아무도 판을 깔아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부산에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공연기획사 ‘락인코리아’를 2002년에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밴드가 많아도, 선보일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기획자가 많아야 인디 시장이 활성화된다. 크게 더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도 성장할 기회를 만나지 못해 아쉽게 꽃피우지 못한 밴드가 많다. 후배들이 선배들이 겪었던 힘든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계기로 그는 2013년부터 민락인디트레이닝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민락인디트레이닝센터는 2013년 만들어진 부산 유일 청년 대중예술 지원 플랫폼으로 부산도시철도 2호선 민락역에 자리한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이 만들었고, 공모 등을 거쳐 락인코리아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락인코리아 대표인 그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곳은 청년예술가들에게 ▷연습공간 지원 ▷음반제작 지원 ▷해외공연 네트워킹 기회 지원 등을 제공한다. 매년 20여 팀을 선발해 지원한다. 이곳을 거쳐간 인기밴드는 ‘보수동쿨러’와 ‘달담’ 등이 있다.
김 센터장은 “서울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새로운 것들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시대가 변하고 물가도 오른다. 하지만 센터의 예산은 10여 년간 큰 변화가 없어 어떻게 제한된 상황 속에서 확장된 지원을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는 것 같다”며 “요즘 밴드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홍보다. 뮤직비디오나 SNS 제작 등 밴드 홍보활동을 위해 최근엔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움을 간직한 밴드가 많다는 점을 부산 인디신의 장점으로 꼽았고, 이 새로움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보완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김 센터장은 “야자수, 모스힐, 밴드 기린 등 부산에서 떠오르는 신예들이 참 많다. 기회가 있다면 충분히 더 크게 활약할 수 있는 밴드들이다”며 “이런 좋은 예술가들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문화 지원에 있어 대부분은 클래식 등 특정 분야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 인디 분야는 더 사각지대인 것 같다고 느낀다. 창작을 목적으로 하는 청년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꾸준히 제공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 기획을 시작하면서 학업의 필요성을 느끼고 단국대 공연예술석사 부산대 예술경영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부산예술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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