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변화무쌍 록스타…이승윤, 6500명과 쓴 새 역사 '역성' [리뷰]

김수영 2024. 9. 2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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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28~29일 장충체육관서 콘서트
양일간 관객 6500명 동원
짜릿한 록부터 깊은 감성의 무대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압도적인 장악력 '입증'
가수 이승윤 /사진=마름모 제공


가수 이승윤이 강력한 보컬과 에너지를 무기로 특별한 2시간을 선사했다. 자유롭고 변화무쌍한 무대 위 그가 만들어낸 해방감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광활하게 넓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이승윤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전국 투어 '2024 역성(易聲)'을 개최했다. 전날에 이은 2회차 공연이다.

바꿀 역, 소리 성을 쓴 공연 타이틀 '역성'은 세상의 이치나 흐름이 소리친다고 바뀌지는 않겠지만, 소리에 담을 이야기들을 마음대로 뒤바꿔 힘껏 소리 내어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만의 색깔, 뛰어난 음악적 역량을 녹여낸 음악들을 거침없이 내지르며 '유일무이'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한 이승윤과 딱 어울리는 콘셉트였다.

소속사 마름모에 따르면 양일간 모인 관객은 6500명으로, 최근 절정을 달리고 있는 밴드·록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승윤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이날 이승윤은 리프트를 타고 무대 아래서 위로 힘차게 점프하며 등장해 시원시원한 보컬로 '영웅 수집가'를 불렀다. 무대 좌우로 늘어선 밴드 세션의 웅장한 연주를 뚫고 그의 목소리가 짜릿하게 귀에 꽂혔다. '게인주의' 무대에서는 힘차게 외치는 "Bomb!" 가사에 맞춰 꽃가루가 여러 차례 터졌다. 각 잡힌 여유로움. 종아리까지 오는 긴 가죽 코트를 입은 록스타는 단숨에 장내 온도를 끌어올렸다.

이승윤은 "거창해지지 말자는 게 내 모토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자 순간이다. 오늘은 그렇게 만들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라고 말해 박수받았다. 그는 "파이팅 멘트를 보통 안 하는데 올 초 처음 페스티벌에 나가면서 백스테이지에서 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어쭙잖은 거 하려는 거 아니다. 역사를 쓰러 가자'는 거였다. 난 거창해지지 말자는 게 모토인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저의 '지금'에는 근거가 있어요. 공연장에 와주신 여러분들이죠. 덕분에 근거 있게 까불고 다니고 있습니다. 저의 지금을 만들어주신 분들에 대한 보답이자 예의에요. 역사를 한 번 쓰러 가보시겠습니까?"

가수 이승윤 /사진=마름모 제공


매력적인 제안과 함께 폭발적인 기세로 역사를 쓰기 시작한 이승윤이었다. '코미디여 오소서', '말로장생'에 이어 '도킹'의 무대가 시작되자 일렉트릭 기타를 둘러멘 그는 돌연 객석으로 넘어왔다. 객석을 돌아다니며 연주하다 테이블석에 올라가는 등 깜짝 놀랄 퍼포먼스로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승윤의 연주에 팬들의 떼창으로 완성된 '도킹'이었다. 이승윤은 "방금 노래를 딱 8구절 불렀다"고 재치 있게 말하기도 했다.

이승윤 하면 에너제틱한 록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테지만, 사실 이승윤은 팝, 어쿠스틱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굳이 진부하자면', '꿈의 거처'를 부르기에 앞서서는 기타를 어쿠스틱 기타로 바꿔 멨고, 무대에 걸터앉아서 노래를 불렀다. 무대 위로 툭 떨어진 흰색 핀 조명 아래서 깊고 진한 감성으로 노래하는 이승윤의 모습은 강한 몰입감을 줬다.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가수인 만큼 뜨거움과 따스함을 오가는 다채로운 공연 구성으로 관객들을 쥐락펴락했다. '검을 현', '폭죽타임', '리턴매치', '솔드 아웃(SOLD OUT)'으로 이어지는 무대는 강렬하고, 흥미롭고, 격정적인 그 모든 게 담겨 큰 희열을 줬다. 일렉 기타를 든 이승윤이 밴드와 함께 격렬한 연주를 선보일 때는 장내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이승윤의 다채로운 보컬적 매력도 감탄을 일으키는 요소였다. 에너제틱한 밴드 사운드에 쩌렁쩌렁한 발성을 내던 그는 '폭죽타임'을 부를 땐 한층 얇고 간드러진 목소리를 냈고, '내게로 불어와'는 보다 감미롭게 불렀다. '캐논' 무대에서는 단단하면서도 짙은 감성을 담아 감동적인 고음을 뽑아냈다.

가수 이승윤 /사진=마름모 제공
가수 이승윤 /사진=마름모 제공
가수 이승윤 /사진=마름모 제공


공연이 끝을 향해 갈수록 더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해낸 이승윤이었다. 객석으로 뛰어들어 '누구누구누구'를 부르기 시작하더니 공연장 이곳저곳 팬들을 찾아가며 '날아가자', '비싼 숙취'까지 소화했다. 흥겨운 곡 분위기에 맞춰 펄쩍펄쩍 신나게 뛰는 이승윤을 팬들은 우렁찬 함성과 박수로 맞이했다. '역사를 쓰겠다'는 약속을 그대로 지켜낸 이승윤과 관객들의 환상적인 호흡이 돋보였다.

빈틈없는 가창, 최대치로 쏟아내는 무대 매너에도 전혀 지치는 기색 없이 마지막까지 환상의 공연을 만들어낸 이승윤이었다. '들려주고 싶었던', '흩어진 꿈을 모아서', '폭포'에 이어 미발매곡까지 공개하며 공연장을 찾은 팬들을 향한 특별한 선물을 건넸다.

공연을 마치며 이승윤은 현재 고민하는 것에 대해 밝혔다.

그는 "어떤 것에 대해서 반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가장 빛나는 무대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어이없다고 할 수도 있을 거다. 나를 위해 정말 많은 분이 애쓰시는데 난 또 어떤 것에 반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 고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음악인의 모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시대가 우리들의 고민이나 아픔, 여러분들이 애써 살아온 하루하루를 빼앗아 가고 자기들의 슬로건으로 만들고, 자기들의 왕좌를 지키려 한다. 심지어 그 왕좌는 진짜로 아닌 가짜다"라면서 "음악으로 남 신나게 뒷담까다가 갈 거다"라고 외쳐 박수가 쏟아졌다.

끝으로 이승윤은 "오늘 와주셔서 감사하다. 덕분에 든든하게 저의 역성을, 우리의 역성을 한 발짝 내디딘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겨 주시는 게 역성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진심을 담아 인사했다.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승윤은 오는 10월 12일 전주, 10월 19일 부산 등에서 무대를 이어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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