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력 증강 계획에 올라탄 `K-조선`

양호연 2024. 9. 2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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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산업 쇠퇴에 동맹국 눈돌려
고위급, HD현대·한화오션 찾아
연구개발·기술교류 확대 등 합의
27일 토마스 앤더슨 소장 등 미 해군 고위관계자들이 경기도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현승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해군 준장), 미 해군 윌리엄 그린 소장, 토마스 앤더슨 소장,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 신종계 HD한국조선해양 기술자문. HD현대 제공

미국이 해양 방위산업 동맹의 주요 파트너로 한국을 낙점한 모양새다. 미국 조선업 역량이 크게 쇠퇴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해양 지배력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나아가 주요 외신들도 HD현대중공업과 같은 한국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HD현대·한화오션 방문…방산 협력 강화 신호탄= 29일 업계에 따르면, 토마스 앤더슨 소장(제독)과 윌리엄 그린 소장(제독) 등 미국 해군과 주한 미국대사관의 고위급 인사 13명이 지난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와 한화오션 시흥 R&D 캠퍼스를 각각 방문해 미래 함정과 친환경·디지털 선박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미 해군은 양사가 보유한 첨단 기술력에 큰 관심을 보이며 향후 공동 연구 개발과 기술 교류를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HD현대는 이번 방문에서 인공지능(AI) 기반 함정 솔루션,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선박, 디지털트윈 가상 시운전 등 자사의 첨단 함정 기술을 소개했다. 또 해외 함정에 대한 MRO(유지보수·정비) 전략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미국 시장에 적용 가능한 함정 기술과 함정 MRO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이뤄졌다.

한화오션은 친환경 연료 육상시험시설, 공동 수조, 예인 수조 등 첨단 연구 시설을 소개했다. 그 중에서도 잠수함용 리튬이온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미 해군의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잠수함용 ESS는 잠수함의 작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업계는 물론 외신에서도 미국이 해양 방산의 주요 협력 파트너로 한국을 낙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미국을 도울 수 있는 기업으로 세계 1위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을 조명했다.

WSJ는 HD현대중공업이 효율적 인력 운영과 선진적인 생산체계, 스마트 조선소 기술 등을 통해 공정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가 2030년까지 군함 신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부문의 매출을 3배가량 확대하는 목표를 밝힌 데 주목하는 등 미국과의 협력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선 입지 좁아진 미국…K-조선에 희망 거나= 중국 대비 미 해군의 건함 능력 관한 우려는 미국 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은 1960년대를 기점으로 조선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킨 일본에 밀려 1980년대까지 글로벌 선박 건조 비중이 점진적으로 낮아졌다.

이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한국과 중국까지 가세하며 조선 시장에서의 입지는 매년 좁아졌다. 영국의 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은 중국 59%, 한국 23%, 일본 13%인 반면 미국은 0.04%에 그쳤다.

미국 조선업은 현재 자국 내 조선소가 얼마 남지 않아 높은 인건비와 긴 건조 시간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중국과 대립 중인 미국은 주요 동맹국이자 글로벌 건조능력 2위의 한국 조선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다만 현재 미국 법령에는 미국 선박은 반드시 자국 내에서 건조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만큼, 당장은 한미 협력의 수위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 미국 군함을 건조하려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대통령의 특별 승인을 받거나 해당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우선 현행법으로 가능한 MRO, 교육훈련, 기술적 지원 등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체들은 최근 미국 해군의 군함에 대한 MRO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을 획득한 상태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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