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세 걷고 통학로 무허가집 철거…소유주 책임 묻는 교토시

교토=조성우 기자 2024. 9. 2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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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빈집 팬데믹 <4> 빈집 문제 먼저 찾아온 일본

부산 도심 곳곳에 빈집이 바이러스처럼 확산하면서 빈집 정비를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다. 국제신문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빈집 확산 문제를 겪었던 일본과 미국의 현장과 정책을 통해 빈집 대응책을 각각 모색해본다.

일본 교토시 히가시야마구 로쿠하라 마을 내 방치된 빈집. 로쿠하라 마을에는 빈집이 200호에 이른다. 교토 = 조성우 기자


- 日정부 2014년 ‘빈집 특별조치법’ 제정
- 교토 2026년 첫 빈집세 예상세입 87억
- 위험한 곳은 관련 법령 따라 철거 가능
- 히가시야마 주민 자발적 정비 나서기도

일본 정부는 빈집을 사회적 문제로 정의하고 2014년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했다. 일본에서도 국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교토는 오랜 전통과 역사 만큼이나 오래 전부터 빈집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 교토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빈집세’ 도입이 예정됐다. 빈집을 방치하는 소유주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교토시의 정책 기조였다.

▮‘일본 최초’ 2026년 빈집세 도입

로쿠하라 마을의 빈집이 2층 목조 주택이 깔끔하게 정비돼 있는 모습. 2022년 정비를 마친 뒤 타 지역에서 이주한 30대 여성이 이 주택에 입주했다. 교토 = 조성우 기자


일본 총무성의 주택토지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빈집은 900만 채(13.8%)로 5년 전과 비교해 0.2%P(37만 채) 상승했다. 빈집 숫자 역시 역대 최다를 기록했으며, 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2배가량 늘었다. 교토시 역시 빈집이 10만6000채(13%)로, 관리 없이 방치된 곳은 4만5000채에 달한다. 특히 교토는 과거 지어진 주택이 도로와 인접해 재건축이 불가능하거나 승강기가 없어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이 많다.

교토시는 2026년 시행 예정인 ‘빈집세’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시에 따르면 예상 세입은 9억5000만 엔(한화 87억5200만 원)이다. 과세 대상은 아무도 살지 않는 주택 중 활용이 가능한 곳이다. 기준은 일본에서 토지나 주택을 소유했을 때 부과하는 고정자산세의 50%로, 주택 평가액 100만 엔 아래면 5년간 빈집세 면제 대상이다.

시는 확보되는 세수를 빈집 정비 활동에 사용할 방침이지만, 그보다 먼저 소유주들이 과세를 피하기 위해 빈집 활용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교토는 주택 마련이 힘들어 젊은 부부가 타지로 떠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교토시 카와토 테츠로 제세기획과장은 “자녀가 있는 젊은 부부가 정비된 빈집에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궁극적으로 빈집 소유주에게 리스크를 부과하되 주택을 활용하면 경제적 이익이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게 교토시 정책 방향성이다”고 강조했다.

▮‘규제 강화’ 빈집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교토는 빈집 정보를 알리고 거래할 수 있게 돕는 빈집뱅크가 운영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빈집뱅크는 일본 정부가 시행하는 전국 정책으로, 교토는 시가 아닌 민간이 중개를 맡는다. 부동산에 소속된 5년 이상 경력의 빈집 중개원이 250명에 달하며, 연간 800건의 빈집 상담을 무료로 해준다. 다만 일각에선 빈집뱅크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택을 활용할 만한 빈집은 이미 부동산에서 매물로 활용하기 때문에 실제 거주가능한 매물은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단체와 협업하는 등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정책에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산 중구도 내년 빈집뱅크 시행에 나선다.

일본의 규제 강화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 일본은 위험도가 높은 무허가 빈집은 관련 법령에 따라 철거까지 가능하다. 첫 행정지도 절차를 거쳐 2~3달이 지나면 행정대집행으로 철거 후 구상권을 청구한다. 특히 통학로 빈집 또한 철거 가능 대상이다.

교토시 타무라 이쿠오 빈집정책과장은 “노후화 등 위험한 빈집을 주민이 구별할 수 있도록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며 “관내 5개 부동산 단체를 빈집 거래 인증업체로 선정해 민간 주도의 활성화 촉진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빈집 내 손으로 정비” 수리 나서는 주민단체

교토 관내 11개 행정구역 중 빈집이 가장 많은 지역인 히가시야마는 빈집 비중이 무려 약 20%에 달한다. 히가시야마에 위치한 로쿠하라 마을은 총 주택 1000채가 넘는 주택 중 빈집이 200채에 달한다. 빈집이 특히 많아 마을 주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빈집 정비에 나선다. 로쿠하라 자치연합회 스가타니 유키히로 사무국장은 주민과 함께 빈집 수리 등을 하는‘로쿠하라 마을 만들기 위원회’를 자원봉사모임이라고 소개했다. 2020년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그간 총 19건의 빈집을 정비했다. 소유주와 연락하기 힘든 빈집 특성상 정비 허가를 받는 과정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흔치 않은 성과다. 이날 스가타니 사무국장을 따라 로쿠하라 마을 일대를 둘러보며 위원회가 직접 수리한 주택을 볼 수 있었다. 그중 2층 목조주택은 실제 정비 후 타지에서 온 주민이 입주해 거주하고 있었다. 이 주민은 소유주에게서 빈집 수리비를 지원받아 정비를 마친 뒤, 이를 월세 개념으로 분할납부하는 방식으로 입주했다.

히가시야마는 65세 이상 인구가 33%에 달하는 초고령화 지역이다. 로쿠하라 마을 역시 주민 절반은 혼자 사는 노인들로 구성돼 있어 빈집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위원회는 법인과 협업해 독거노인들에게서 사후 빈집 소유권을 매입하는 방법을 계획한다. 스가타니 사무국장은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애정을 가진 주민이 지역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도 중요한 가치이자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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