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올리고 법인세 인상…'이시바노믹스' 성장보단 분배 [글로벌 리포트]

김경민 2024. 9. 2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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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02대 총리 이시바 시게루 1일 취임
4전5기 끝에 자민당 총재 올라
아베 반대편에 섰던 당내 '2인자'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와 다른 길 예고 "엔저, 더이상 경기 회복 해답 아니다"
금리 올리고 물가 안정에 초점
최저임금도 5년내 1만4000원 추진
"대기업 세금 더 내라" 수차례 강조
추가 세수, 복지·인프라에 투자 복안
외국인 노동자·여성·노인 고용 확대
당내 세력 크지 않아 동력 한계 지적도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시바 총재는 다음달 1일 일본 총리로 취임한다. 교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의 차기 총리로 취임할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신임 총재는 당내에서 중도 실용주의자로 알려진 정치인이다. 특히 통화긴축(금리인상), 임금 개혁, 법인세 및 금융소득세 인상 등으로 요약되는 '이시바노믹스'의 핵심은 성장보다는 분배, 불평등 해소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다만 임기 초반 이시바 내각은 주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정책을 대부분 계승해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재는 자민당 내부에서 아베파 반대 편에 섰던 비주류 2인자였다. 경제 분야에서도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 정책)와 결을 달리 하며 뚜렷한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금리인상, 엔고로 간다

일본의 오랜 경제 문제 중 하나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과 저금리 상황이다. 아베 내각 이후 일본은 오랜 기간 마이너스(-),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다.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엔화 약세를 통해 수출 증진을 노렸다.

'잃어버린 30년'을 탈출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과도한 통화 공급으로 인한 자산 버블, 은행의 수익성 악화, 서민의 저축 이자 감소 등이 발생했다. 올해 기시다 내각과 일본은행(BOJ)이 금리인상을 두차례 단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시바 총재는 '돈 풀기 헬리콥터' 정책이었던 아베노믹스와 반대 노선으로 통화긴축을 주장한다. 단순히 시장 금리를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유동성으로 인한 버블을 방지하고 소비자 물가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그는 당선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내각의 최근 정책(금리인상)을 기본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BOJ가 정부의 자회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차례 "초저금리 정책은 더 이상 경제 회복의 해답이 아니며 금리인상을 통해 장기적인 경제 안정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통화긴축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금리인상은 가계 부채 상환 부담을 늘리고 기업 투자에 제약을 가할 위험이 있는 만큼 증권가에선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이시바 총재가 선출된 이후 엔·달러 환율은 하락세다. 엔·달러 환율은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가 알려진 직후 146엔대에서 142엔 후반대까지 급락했다.

1차 투표에서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1위에 올랐을 당시 한 때 엔화 가치는 급락했다. 하지만 결선 투표에서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쪽인 이시바 전 간사장이 당선되면서 다시 엔고로 급전환됐다.

■5년 내 최저임금 1만4천원

이시바 총재가 추진할 또 다른 핵심 경제 정책은 임금인상이다.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두는 것이 그의 경제 철학이다. 그는 "민간소비가 늘지 않으면 경제가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내수 회복에 주력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는 총리 취임 후 3년 안에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 평균 시간당 최저임금이 1500엔(약 1만4000원)으로 오르는 시점을 기시다 정권이 제시한 2030년대 중반보다 빠른 2020년대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 10월부터 적용될 전국 평균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51엔(약 470원) 오른 1055엔(약 1만원)이다. 일본은 광역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한다. 이시바 총재의 공약이 성공하려면 2%대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임금인상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향후 경제계에 강한 압박이 예상된다. 이시바 총재는 기업들이 투자와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면 자연스럽게 임금인상은 뒤따라 온다고 본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고용 시장을 불안하게 한다는 우려에는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기업 더 내라" 분배 예고

또 이시바 총재는 법인세와 금융소득세 인상을 수차례 언급해왔다. 일본에서는 낮은 법인세율로 대기업의 이익은 확대되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대기업에게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고, 추가 세수를 복지와 인프라 투자에 쓰려는 것이 이시바 총재의 복안이다. 대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그의 평소 생각이다.

또한 그는 금융소득세 인상을 통해 소득을 재분배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소득에 대한 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고소득자들이 금융 투자를 통한 소득 증가를 누리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조처다.

이밖에 이시바 총재는 일본의 경제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농업, 관광 등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촉진하고, 여성과 노년층의 고용을 확대하는 정책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시바 내각을 바라보는 시선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도 2021년 총재 선거 과정에서 '분배 없이 성장은 없다'며 금융소득 과세 재검토 등을 주장했지만, 취임 이후에는 분배 중심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영원한 2인자'로 당 내 세력이 크지 않은 것도 정책 동력에 걸림돌이다. 이시바 총재는 최대한 빠르게 총리 권한으로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해 국정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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