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내전과 글로벌 자본주의 [세계의 창]

한겨레 2024. 9. 2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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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가장 끔찍한 추세를 잘 보여주는 인물을 찾는다면 야흐야 신와르, 베냐민 네타냐후, 김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등의 이름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주류 언론이 무시하는 참상들로 시야를 넓혀 본다면 우리는 수단 내전을 일으키고 있는 수단 군부의 만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후 두 군부 지도자가 견해차를 보이며 갈등을 빚기 시작했고, 2023년 4월 수단 내전이 발발했다.

하지만 동시에 수단이나 콩고와 같은 국가에서는 중세 시대와 유사한 형태의 봉건주의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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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일(현지시각) 수단 옴두르만 인근의 난민들이 무료 아침식사를 배급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유엔 대변인은 수단 인구의 절반 이상이 굶주림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옴두르만/로이터 연합뉴스

슬라보이 지제크 |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경희대 ES 교수

이 시대의 가장 끔찍한 추세를 잘 보여주는 인물을 찾는다면 야흐야 신와르, 베냐민 네타냐후, 김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등의 이름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주류 언론이 무시하는 참상들로 시야를 넓혀 본다면 우리는 수단 내전을 일으키고 있는 수단 군부의 만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단의 상황은 다른 경우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글로벌 경제 논리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2019년 오랜 독재자 오마르 바시르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의해 축출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수단 정부군(SAF)을 이끄는 군부 최고지도자 압델 파타흐 부르한과 신속지원군(RSF)의 사령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가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주의를 향한 희망을 짓밟는다. 이후 두 군부 지도자가 견해차를 보이며 갈등을 빚기 시작했고, 2023년 4월 수단 내전이 발발했다. 여기에는 인종 문제도 엮여 있는데, 신속지원군은 대부분 흑인 무슬림인 반면, 수단 정부군은 주로 백인 아랍인이다.

수단 내전에서 외세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 등은 수단 정부군을 지원하고 러시아 바그너그룹, 리비아군, 아랍에미리트는 신속지원군에 군사 물자, 헬리콥터, 무기를 제공한다. 특히 금 매장량이 풍부한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신속지원군은 다른 나라에 금광 이권을 넘겨준 대가로 국민을 위한 식량이 아니라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천연자원이 폭력과 빈곤의 자원이 되는 제3세계의 슬픈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콩고민주공화국도 다이아몬드와 금 매장량이 풍부한 까닭에 오랜 시간 고통을 겪어왔다. 콩고는 서구가 어떻게 아프리카 대량 난민 사태의 조건을 형성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프리카 내 갈등은 흔히 부족 간 전쟁으로 단순하게 설명되곤 하지만 실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영향과 긴밀하게 엮여 있다.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의 몰락 이후 콩고의 한 지역씩을 차지한 군벌들은 콩고의 광물 매장량을 착취하려는 외국 기업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 이렇게 채굴된 광물은 주로 노트북이나 휴대폰과 같은 첨단 제품에 사용된다.

콩고가 특별한 예외 상황은 아니다. 리비아 역시 프랑스와 영국의 개입과 무아마르 카다피의 몰락 이후 사실상 국가가 해체되는, 말하자면 ‘콩고화’를 겪었다. 그 이후 리비아 영토는 대부분 외국 고객에게 석유를 직접 판매하는 무장 갱단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 풍부한 광물이나 석유의 저주에 걸린 아프리카 국가의 분열을 유지하는 경향은 국가 권력의 간섭을 받지 않고 값싼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전략이다.

비극적이게도 이들 갈등의 당사자 중 결백하거나 정의로운 이들은 없다. 수단만 보아도 신속지원군만 문제인 것이 아니라 두 군부 모두 똑같은 잔인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 상황을 두고 아프리카인들이 ‘원시적’이어서 아직 민주주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진짜 문제는 서구, 중국, 러시아, 부유한 아랍 국가들이 아프리카를 지속적으로 경제적으로 식민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학자 야니스 바루파키스가 주장했듯이 현재 자본주의는 신봉건주의로 이행하고 있다. 자신들이 나눠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 영지(도서, 메시지,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아마존, 엑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그 예다. 하지만 동시에 수단이나 콩고와 같은 국가에서는 중세 시대와 유사한 형태의 봉건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점점 더 테크노봉건주의와 원시적 봉건주의가 결합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시대의 끔찍한 경향을 오히려 일론 머스크보다 더 잘 보여주는 이는 다갈로가 아닐까.

번역 김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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