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업계까지 파고든 中 사이버 심리전

장우진 2024. 9. 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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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스마트폰 등 조직적 폄훼
동일 ID 반복 댓글 등 여론 조작
"정부 차원 적극적 대응방안 시급"
사진=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콘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제1회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셀러 포럼'에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가 사업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댓글부대가 한국의 전기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첨단산업을 조직적으로 폄훼하는 여론 조작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겉으로는 한국을 '협력 동반자'로 추켜 세우면서, 뒤로는 가짜 뉴스에 이어 가짜 댓글까지 동원해 한국의 경제·산업 뿐 아니라 정치까지 흔들려는 검은 속내가 의심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김은영 교수·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홍석훈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한중 경쟁산업 분야에 대한 인지전 실태 파악'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2023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네이버와 유튜브, 네이트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경쟁 산업 분야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분석한 결과, 중국식 번역체와 중국 고유 ID·프로필 특성, 동일 ID 반복 댓글 등의 의심 계정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 내에서 확보된 77개의 중국인 추정 계정을 분석한 결과, 이들 계정은 점조직으로 활동하면서 2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국내 산업 관련 기사에 조직적으로 몰려다니며 댓글을 게재했다. 이 가운데 한 네트워크에서는 닉네임 'Chen Yang'('123456789'로 변경), 'Chen Wei Chi' 등이, 다른 네트워크 그룹은 닉네임 'xuf'와 'Seoul Breeze' 등이 허브로 활동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Chen Yang'의 경우 전체 네트워크의 허브로 관찰됐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네이버 상에서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삼성,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주요 키워드를 이용해 기사 70개를 무작위로 수집해 댓글을 분석한 결과, 중국인 의심자들이 높은 빈도로 댓글을 게시하는 기사들의 총 댓글 수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댓글은 특정 시기나 이슈와 관련된 기사에 많이 달리는 것이 정상적 현상인데, 중국인 의심 계정은 전기차와 스마트폰 등의 한중 경쟁 산업 분야에서 수년 전부터 반복적인 여론 선동 동향이 포착됐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예를 들어 전기차 관련 기사 댓글 중에서는 "중국차도 품질이 좋아졌는데 현기차(현대차·기아) 누가 사냐? 하루라도 빨리 접는 게 돈 버는 거다", "중국 거 한번 타봐야지. 흉기차(현대차·기아를 비하하는 표현) 봐라. 좀 긴장해야 된다" 등과 같은 '겁주기' 사례가 자주 발견됐다. 이어 조직적으로 할당된 과업을 수행하고 복수의 기사를 선택해 댓글을 달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또 유튜브의 경우 같은 기간 기사별 최대 댓글 수가 2698개로 네이버(454개)보다 높은 빈도로 조직적 여론 선동 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 계획 등을 앞세워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중국은 내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120조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하는 등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을 첨단 산업에 쏟아붓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여론 조작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도 중국 업체 등이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웹사이트 38개를 개설해 기사 형식의 콘텐츠를 국내에 무단 유포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힌 바 있다. 미국 CNN방송도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악성 온라인 게시물 등을 동원한 세계 최대 규모의 허위 정보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작년 11월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사이버 여론전은 산업 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 등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연구팀은 "중국의 인지전 위협이 새로운 양상의 비물리적 전쟁이라는 인식 하에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우진·김미경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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