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년째 길도 존재감도 잃은 국교위, 전면 쇄신하라
출범 2주년을 맞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지난 25일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주요 방향’을 발표했다. 영유아교육,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직업·평생교육, 미래교육 등 5가지 영역에서 12개 추진과제를 내놓았다. 그러나 국가 최고 교육기구라는 위상이 부끄러울 정도로 내용이 빈약하다. 교원체제 전반의 개혁, 고등교육체제의 전면적 재구조화, 안정적인 재정 확보, 사교육 과열 해소 등 ‘좋은 말’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 영유아교육 출발선 보장, 늘봄학교 안착 등의 과제는 이미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에서 추진 중이다. 그러니 “배달 음식 차려놓고 잔칫상이라고 홍보하는 꼴”(실천교육교사모임), “교육부의 아류”(전국교직원노동조합)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국교위는 ‘대입 패러다임 전환’도 언급해 현행 대입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지만, 평지풍파만 일으킨 셈이 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원화, 수능 논·서술형 도입, 내신 외부 평가제 도입 등 국교위 내부에서 논의한 내용이 특정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는데, 정작 공식 발표에서는 입을 닫았다. 파장 등을 우려해 공론화하지 못했다면 보안이라도 철저히 지켜야 할 것 아닌가.
국교위는 일반 시민들과의 소통에도 실패했다. 2년 만에 처음으로 대토론회까지 열었지만 매달 수십건씩 발표하는 한국은행의 일개 보고서만큼도 이목을 끌지 못했다. 지난 8월 한은은 부모의 경제력과 출신 지역에 의해 상위권 대학 입학이 결정되는 현실을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주며 이른바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제안했다.
한국에서 교육만큼 난제가 산적한 분야는 없다.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뻔히 답을 알면서 실천하지 못하는 정책도 많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 서열화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고, 공교육 예산이 90조원 넘게 투입되고 있지만 사교육 광풍은 식을 줄 모른다. 교육 주체 간 불신도 심각하다. 학부모는 정부와 학교 탓을 하고, 학교는 교육부와 학부모에 책임을 넘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비전과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법이 제정되고 윤석열 정부인 2022년 9월 출범한 기구가 바로 국교위다. 정권과 독립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교육 주체들이 합의해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추구하자는 취지이다. 그런데 국교위가 2년이 지나도록 존재감도 없고 교육에 기본적인 방향 제시조차 못하고 있으니 실망스럽다. 윤 대통령은 이배용 위원장을 경질하고 국교위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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