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어둠 사라질 것"… 영풍 공개매수 반격카드 꺼낸다

장우진 2024. 9. 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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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사·영풍정밀·자사주 주목
늦어도 내달 4일 대응책 공개
금감원, 신경전에 '교란 경고'
최윤범(왼쪽부터)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사 제공

고려아연이 "저들에 맞설 힘을 갖췄다"고 밝히면서, 영풍과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공개매수에 대응할 '묘수'를 조만간 공식화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항공개매수를 위한 우호세력(백기사) 확보에 무게를 싣는 가운데, 자체 자금조달과 영풍정밀 지분을 통한 견제 등 대응 카드도 쓸 지 관심이 쏠린다.

공개매수 마감일이 5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측의 '비방전' 수위는 금융당국이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며 경고할 만큼 높아지고 있다.

◆"어둠 지고 동이 튼다"…고려아연이 찾은 묘수는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29일 입장문을 내고 "지지하는 많은 분의 도움과 조언에 힘입어 저들(MBK·영풍) 에 맞설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갖출 수 있게 됐다"며 "약탈적 투기적 자본에 의해 글로벌 핵심 소재·원자재의 탈중국 공급망이 훼손되지 않도록 회사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숙고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투기적 사모펀드 MBK와 영풍이 지난 13일 기습적으로 감행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지난 10여일은 고려아연과 저를 비롯한 구성원들에게 있어 짧고도 참 긴 시간이었지만, 어둠의 기운은 점차 사라지고 아침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동이 트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대응할 우군을 확보했다는 말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한화를 비롯해 일본 소프트뱅크와 스미모토, 베인캐피탈, 한국투자증권 등이 우호 세력으로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영풍·MBK가 3000억원을 더 쓰기로 하고 고려아연 공매개수가를 당초 66만원에서 75만원까지 올린 만큼, 고려아연의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박 대표의 발언을 고려하면 이를 뛰어넘는 반격 카드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 지분 확보가 변수로 부각되면서, 고려아연이 어떤 묘수를 꺼내들지도 관심거리다.

영풍·MBK의 공개매수 마감일은 내달 4일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의 반격 카드는 이르면 30일에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풍·MBK 공개매수에 응했더라도 대항공개매수 가격에 따라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아연의 대응방안 공개가 늦어지더라도 4일 당일까지 변수는 여전하다.

여기에 영풍·MBK 측이 최윤범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의 경우 재판부는 30일까지 양측의 추가자료를 받아 최대한 이른 시점 결정내리기로 해 변수로 꼽힌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 비중은 2.4%로, 재판부가 영풍의 손을 들어주면 이를 넘길 수 없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우호세력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특정 부서까지 공격…금감원 "아전인수 해석 말라"

고려아연 경영권이 좌우될 공개매수 마감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측의 공방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전날 한 매체가 고려아연이 인수한 미 이그니오에 대해 "법적 실체가 모호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자, 고려아연 측은 "황당한 취재"라며 "사실을 바로 잡지 않으면 형사고발, 제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중요한 시기에 허위보도를 하는 것은 당사는 영풍 등에 의해 사주된 것으로 판단해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반대로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미국 중심의 원자재 공급망이 중국에 의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자료를 배포하자, "WSJ 기사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려아연 홍보팀은 회사의 홍보팀이지 최윤범 회장 개인의 홍보팀이 아니다"라며 특정 팀을 겨냥한 발언까지 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양측의 경쟁 과열에 "공정 경쟁의 원칙을 준수하고 제반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양측은 이마저도 공격 소재로 삼았다.

영풍·MBK 측이 먼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MBK에 대해 중국 매각, 중국에 기술 유출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이 이뤄져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뒤이어 고려아연은 "공개적으로 매수가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혀오다 또 다시 공개매수가격을 상향하는 등 시장질서를 교란했다"고 맞대응했다.

그러자 금감원은 이날 "당부사항에 대해 왜곡하거나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공개매수 전후로 양측의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있으면 집중해서 들여다볼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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