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위험 관리할 외교 나서야” IAEA 수장 발언 주목한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국제사회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북핵 위험을 관리할 외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시는 지난 26일 공개된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이후 국제사회의 이렇다 할 대화 시도가 없었고, 이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대폭 확대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를 중단한 것이 조금이라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했는지 의문이며 오히려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했다.
이 발언은 최근 미국 양당 대선공약에 북한 비핵화가 누락된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보유 지위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오해됐다. 하지만 IAEA는 그로시가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의 북핵 관련 결의가 유효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화를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IAEA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기는 불가능하다. 북한은 인도나 파키스탄과 달리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혜택을 본 뒤 핵 개발에 착수하며 NPT 탈퇴를 선언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로시의 발언 맥락을 보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다는 게 아니라, 북한이 아무런 제동 없이 핵무기를 증강해가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에 방점이 있다. 최근 북한이 처음으로 무기급 우라늄 농축 시설을 외부에 공개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는 북한의 비핵화가 물 건너갔다고 회의론에 빠져 핵 억제력 강화에만 주력하거나 심지어 위험하고 무책임한 자체 핵무장론에 경도되는 경향이 있다. 전자는 한계가 있고, 후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차선책은 북한 비핵화가 단시일 내에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과 궁극적인 비핵화 목표를 모두 염두에 두면서, 당면한 북한의 핵 위험을 국제사회 통제하에 두고 관리하며 한반도 주변이 군비경쟁 도미노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그러자면 북한도 관심을 보일 ‘핵 안전’ 문제를 고리로 북한과 다시 핵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IAEA 사무총장의 제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11월 미국 대선 전후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흘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관련 당사국들과 위험을 관리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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