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부양책에도 5% 성장 불투명 中경제
중국 정부가 마침내 경제 부양의 깃발을 높이 치켜세웠다. 지난 26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주재한 중앙정치국회의는 고강도 부양책을 발표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부양책 패키지를 발표한지 이틀만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유례없이 부양책 속도전에 나선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소비 부진, 일자리 부족에 따른 청년 실업률 급등 등 거시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종합 부양책이 경제 전체를 회복세로 전환시키기엔 미흡하며, 올해 성장 목표인 5% 달성 여부도 아직 불투명하다는 게 국제금융계의 평가다.
경제 현안을 다루는 정치국회의는 통상 4월말, 7월말, 10월말, 12월초에 개최된다. 이번 회의는 관례를 벗어난 것으로, 중국 경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이번 정치국회의에서 결정된 부양책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다. 초장기특별국채와 지방정부 특별채권을 활용해 정부 투자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기확정된 채권을 조속히 발행하고 내년도 특별채 한도를 앞당겨 발행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소득세 인하 등 감세 정책도 동반될 수 있다. 둘째, 통화정책의 강도를 확대한다. 발표문엔 '고강도 금리인하'(有力度的降息)란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인민은행이 금융사에 자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율(7일물 역레포금리)의 20bp(1bp=0.01%포인트) 인하에 이어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4분기 중 은행이 지급준비를 위해 인민은행에 쌓아야 하는지급준비율의 50~100bp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셋째, 부동산 부양을 강화한다. 지도부는 부동산 시장의 '하락을 방지하고 회복을 유도'하겠다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또 주택구매제한 조정, 신규주택 공급 조절, '화이트리스트' 프로젝트 대출 확대 등을 언급했다. 가장 강력한 부동산 부양 조치로 여겨지는 1선도시 주택구매제한 완화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식시장 측면에서도 정부의 부양 의지가 드러났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장기투자자금 시장 유입 촉진, 개인투자자 보호 등을 강조했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서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도 강화해 주식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인민은행은 24일 통화정책 완화, 부동산시장·주가 진작 등의 종합부양책을 내놨다. 지급준비율을 50bp 인하(대형은행 8.5%→8.0%, 중소형 6.5%→6.0%)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가중평균 지준율이 7%에서 6.6%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 금리도 연 1.7%에서 1.5%로 인하키로 했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2주택 대출 계약금 비중 하향(25%→15%), 기존 모기지 금리 50bp 인하, 지방 국유기업들의 주택 매입 대출지원을 확대(주택가격의 60%→100%)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모기지 금리 인하로 인해 약 1500억위안의 이자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주가부양과 관련해선 보험, 증권회사 등에 주식매입을 위한 5000억위안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 도입, 자사주 매입 등을 위해 3000억위안 규모의 재대출 자금을 제공키로 했다.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이외에도 국영자산공사에 대한 지원 강화, 주식 안정화 기금 설립, 금융상품 혁신 등 다양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부양책 발표 이후 중국 증시는 상승하고 위안화가치는 절상됐다
이같은 부양책에 대해 영국 경제분석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정부가 금년 성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맥쿼리는 이례적으로 여러 정책을 동시에 발표하면서 경제 심리 개선 등 정책 효과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의 성장률 촉진 효과를 약 0.2%포인트 추정하는 한편 지준율 인하는 역대 최저로 낮은 은행 수익성을 개선시킬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등은 이번 조치가 시장 신뢰를 일부 향상시킬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후속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가계, 기업의 심리가 악화돼 통화정책의 효과가 과거 대비 매우 약해짐에 따라 저조한 대출수요를 확대시키기 어려울 것이며, 낮은 물가로 인해 실질 대출금리가 다소 높은 상황인 가운데 소비진작 효과는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노무라는 부동산 시장의 위축 정도가 완화되더라도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해 반등세로 전환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을 전망했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하반기 성장률이 4.7% 내외에서 횡보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기봉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추가금리 인하에 발맞춰 인민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일정 수준 지속할 전망"이라며 "확장적 재정정책 등이 가세할 경우 5% 안팎의 성장은 가능하나 "부동산 시장 수요 부진 및 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가 경기회복의 주된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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