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동맹 결성, 30일이 마지노선…대항 공개매수 윤곽 나온다

박종관 2024. 9. 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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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 大錢' 이번주 결판…최윤범 최후 카드는
최윤범 회장의 '대항 매수 연합군'
남은 일정 촉박…30일까진 꾸려야
한화그룹 참여 여부에 시장 촉각
베인캐피탈·KKR 등과 줄다리기
최악 땐 중소 PEF와 연합할 듯
자사주 취득금지 법원 결정도 변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전쟁 1차전이 이번주 결판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결단을 내릴 시간이 왔다. 대항 공개매수 연합군의 진용을 30일까지 꾸려야 한다. 징검다리 휴일이 겹쳐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마감일인 다음달 4일 전까지 2거래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항 공개매수의 실질적 주체가 될 특수목적법인(SPC) 설립과 공개매수 자금 예치 및 투자확약서(LOC) 발급, 금융감독원 신고 협의 등 남은 일정을 감안하면 30일이 마지노선이다. 최 회장의 백기사 진용에 따라 공개매수 가격과 대상 지분이 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그룹 포섭 여부가 관건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항 공개매수 파트너로 한화그룹,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베인캐피탈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한국투자증권, 메리츠금융그룹 등이 폭넓게 거론됐다. 최 회장 측은 주말 내내 막판까지 긴장감 속에서 협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의 최대 관심은 한화그룹의 참여 여부다. 한화그룹은 고려아연 지분 7.76%를 보유한 우호세력으로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 후보다. 한화그룹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추석 때부터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득실을 따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그룹이 깃발을 드느냐에 따라 대항 공개매수 딜 구조가 달라진다. 한화그룹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글로벌 PEF인 베인캐피탈이나 KKR 등의 요구 조건은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베인캐피탈은 지난주 글로벌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안건 승인이 나지 않았지만 일부 계약 조건 변경을 최 회장이 수용하면 즉각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KKR도 베인캐피탈 대신 나설 기회를 엿보고 있다. 베인캐피탈과 KKR은 일본에서 후지소프트 경영권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만큼 두 회사가 같이 최 회장의 우군으로 들어오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최 회장이 비전펀드라는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소프트뱅크를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카드도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뿐 아니라 메리츠, 한화생명 등 국내 금융회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최 회장 측에 30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투심위에서 금리 조건을 더 유리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컨틴전시플랜도 마련

고려아연은 대항 공개매수 주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기업어음(CP)을 발행해 4000억원을 조달해놨다. 영풍이 MBK의 공개매수 자금 3000억원을 빌려준 것과 마찬가지로 공개매수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다만 배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 SPC가 아니라 공개매수 주체에 빌려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전방위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는 것은 대항 공개매수 자금이 천문학적으로 드는 반면 담보 지분은 빈약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약 15.6%다. 현재 주가로 따지면 약 2조3000억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통상 상장사의 주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은 40% 수준으로 이를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9000억원 안팎이다. 현재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가가 단기에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주식 가치가 더 낮게 평가돼 대출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

최 회장은 최씨 일가 지분을 최대한 모아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는 SPC에 담보로 제공할 예정이다. 경우에 따라선 경영권을 내려놔야 하는 조건도 수용해야 한다. 최 회장은 우군으로 나선 글로벌 PEF와 주주 간 계약을 맺게 되면 일정 기간 경영을 보장받되, 최 회장이 PEF 지분을 받아줄 여력이 안 되면 PEF가 최 회장 지분까지 가져와 팔 수 있는 구조를 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최씨 가문을 결속해 담보 지분을 최대한 늘려야 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특수관계인만 47명에 이른다.

최 회장은 모든 계획이 어그러지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컨틴전시플랜도 마련했다. 중소형 PEF 한 곳을 앞세우는 방식이다. 고려아연 자금을 활용해 MBK 측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목적의 공개매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경영권 분쟁은 중장기로 계속될 확률이 높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영풍이 법원에 신청한 가처분의 결과도 이번 분쟁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고려아연은 8000억원에 달하는 순현금으로 자사주를 장내에서 사들여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가처분 결과는 이르면 30일, 늦어도 다음달 2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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