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민자의 두 얼굴[김흥록 특파원의 뉴욕포커스]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4. 9. 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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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범죄에 일자리 등 美사회갈등 증가
동시에 인력 공급 기여하며 경제 뒷받침
美연착륙 전망 바탕엔 중남미 이민자있어
출산률 저하하는 한국, 인력부족 심화 우려
갈등 우려 외 이민의 경제 기여도 살펴야
[서울경제]

올해 초 미국 뉴욕 맨해튼의 관광 명소 타임스스퀘어에서 이민자 청년들이 경찰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양성의 상징인 뉴욕 한복판에서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이 폭행당하는 장면은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가뜩이나 남부 국경을 통해 밀려오는 이민자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시점에 이런 사건까지 발생하자 이민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더욱 커졌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핵심 전선 중 하나가 ‘이민’인 이유다.

미국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이민에 관대하다. 뉴욕 등 민주당 출신 주지사가 있는 블루스테이트는 이민자 보호 정책을 펴왔다. 텍사스 같은 공화당 색이 짙은 곳은 국경을 넘는 이민자를 버스에 실어 블루스테이트로 보낸다. 그런데 그 수가 한 달에만 수천 명에 달하다 보니 뉴욕시가 호텔을 임차해 사용하는 이민자 보호소는 꽉 찬 지 오래다. 이민자 지원에 뉴욕시 정부가 쓴 예산은 지난해 2조 원에 달한다. 뉴욕 시장은 연방정부에 당장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 예산이 이민자 자녀 언어 교육 등에 주로 쓰이며 전체 공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루스테이트마저도 이민에 마냥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외부인의 눈으로 보면 이민자는 미국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경제 부문에서 특히 그렇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은 일손이 부족했다. 레스토랑이나 건설 현장 등 대면 근무가 필요한 곳에서는 늘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그 빈자리를 메운 이들이 이민자다.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가 돌아가는 원동력은 중남미 이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과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다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7월 실업률이 4.3%로 치솟을 때 침체가 가깝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경제학자들은 실업률 상승은 풍부한 노동력 공급의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실업률은 전체 노동 참여 인구 중 취업을 못 하고 있는 구직자의 비율을 말한다. 100명 중 80명이 일하고 20명이 구직 중이면 실업률은 20%다. 이때 취업자가 80명 그대로이더라도 노동 참여 인구가 120명으로 늘면 구직자 수가 40명으로 증가해 실업률은 33%로 높아진다. 최근의 실업률 증가는 미국 경제에 노동력이 공급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은 바로 이민자의 유입이다. 만약 일손이 계속 부족했다면 기업들은 인력을 뽑기 위해 월급을 올려야 했을 것이고 이는 상품 가격에 전이돼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물가를 잡고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공(功)의 일부는 이민자에게 있다.

한 재미 경제학자는 이민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경제학자는 없다고 했다. 다만 사회적 합의, 정치적 득실 때문에 이민은 첨예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1993년 71만 명을 넘던 출생 인구는 지난해 23만 명으로 3분의 1토막이 됐다. 머지않은 시점에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민자들이 들어온다면 노동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사회적 합의는 난제다. 특정 국가의 이민자가 대거 유입돼 계층이나 거주 지역이 분리되고 사회 균열이 발생하며 범죄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저변의 인식이 합의를 어렵게 한다. 하지만 한두 세대가 지나면 어떻게 될까.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이 군대에 가고 제조업 등 산업 현장부터 변호사·의사·경영자로 진출한다면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환영받을 수 있다. 걸그룹 내 외국인 멤버들이 한국인 멤버만큼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면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양질의 교육과 공정한 기회다.

미국의 연착륙 확률을 높이는 데 이민자들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은 이민의 양면 중 어느 쪽에 더 주목해야 할까. 저출생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지금이 논의를 본격화할 적기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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