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지상전 수순 이스라엘, '2006년 실패' 이번엔 피할까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한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 채비 관측 속에 이스라엘이 18년 전 레바논 침공 당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열흘 이상 레바논 남부 등지에 맹렬한 폭격을 가해 헤즈볼라의 로켓 및 미사일 발사대는 물론 무기 창고와 보급 시설 등 기반 시설을 대거 무력화했다.
또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핵심 지휘관을 잇달아 표적 공습한 데 이어 지난 27일에는 32년간 조직을 이끌어온 최고지도자인 나스랄라를 죽였다.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는 동시에 레바논과 인접한 북부 국경에 탱크를 비롯한 병력을 속속 집결하며 본격적인 지상 침투 태세를 갖추고 있다.
WP는 '대이스라엘 저항'을 목적으로 설립된 헤즈볼라에게 굴욕을 안긴 이스라엘의 이런 대담한 공격이 2006년 레바논 침공 당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8년 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납치된 2명의 병사들을 구출하기 위해 국경인 '블루라인'을 넘어 레바논에 병력을 투입했다.
하지만 레바논 침공 초기 이스라엘군은 국경 인근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을 만나 고전했다. 이스라엘군 탱크는 폭탄 세례를 받거나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이스라엘군은 이 전쟁에서 121명의 병사를 잃었다.
전쟁은 34일 만에 끝났고 이스라엘은 승리를 선언했지만, 납치된 2명의 병사를 구하지도 못했고 헤즈볼라의 군사 조직을 무력화하지도 못해 사실상 패배라는 평가를 낳았다.
오히려 헤즈볼라는 자신들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전쟁 전반을 조사한 '위노그라드 위원회'는 당시 전쟁이 이스라엘의 크고 심각한 실패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위원장을 맡았던 엘리야후 위노그라드가 밝혔다.
위원회는 최종 보고서에서 당시 총리였던 에후드 올메르트와 국방부 장관이던 아미르 페레츠가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해 레바논을 침공 결정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페레츠 장관은 임시 보고서 공개 이후 사임했고 훗날 노동당 대표 자리도 잃었다. 또 당시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던 댄 할루츠 장군도 사임했다.
올메르트는 사임 압력에도 굴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지만, 지지율 폭락은 피하지 못했다.
18년 만에 다시 레바논 침공할 수 있다고 벼르는 이스라엘이 당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과거에도 그랬듯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헤즈볼라라는 대이스라엘 저항 조직을 탄생시켰고 2000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또 신문은 나스랄라를 비롯한 많은 고위 지휘관이 죽었음에도 헤즈볼라는 여전히 전투 경험이 풍부한 수천 명의 전투원과 대규모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남부 레바논의 거점에 있는 준비된 지형에서 상당한 사상자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의원 출신의 대서양협의회 선임 연구원인 크세니아 스베틀로바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지상 작전을 시작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 순간이 그들에게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폐허에서 일어나 레바논 사회 전체의 지지를 다시 얻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 지휘관들이 2006년 전쟁의 경험을 통해 지상전의 위험을 잘 알고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제시한 헤즈볼라와 전쟁의 정치적 목표인 6만명에 달하는 이스라엘 피란민의 북부 국경 지역 귀환이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텔아비브대 부총장이자 레바논 전문가인 에얄 지세르는 "그들은 할 수 없다. 그들에게 치욕스러운 패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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