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동학개미 달래기 … 李 "나도 평생 개미였다"

금투세 유예 시사한 이재명
주식시장 선진화 선행 강조
"주가조작 우습게 하는 한국
누군가는 빨대 대고 훔쳐가"
野 '유예' 당론화 유력하지만
당내 '시행론' 의원 설득 남아
11월 1심 선고 자신감 보여
"사법부 신뢰…사필귀정일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진행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녹화에서 여러 현안에 대한 질문에 직접 답하고 있다. MBN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로 의견이 기운 배경을 직접 밝히며 불공정한 한국 주식시장의 제도를 개선한 뒤에 시행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국내 증시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당장 내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은 국민 정서 등을 고려했을 때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다시 유예론에 무게를 두면서 금투세 시행 여부와 관련한 민주당 당론 결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곧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최대한 빨리 금투세 문제에 대한 논의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와 국민의힘은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투세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여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금투세 시행과 관련해 주식시장 선진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용돈을 아껴가면서 투자도 하고 기대도 하는데, 여기에 누군가 빨대를 대고 훔쳐 가는 사람이 있다. 정상적 경쟁이 안 된다"며 "우리나라는 주가조작을 아주 우습게 한다. 엄청난 시장 혼란을 불러와도 수사도 잘 안 하고 덮어버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공직자여서 주식 투자가 금지되는 바람에 못 하고 있지만 저는 평생 개미였다"며 "아마도 공직을 그만두면 다시 또 장(국내 증시)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제일 화나는 건 저도 겪어본 일인데, 우량주를 사서 장기 투자를 하는데 물적분할 자회사를 만들어 알맹이를 쏙 뺀 다음에 이걸 누군가 나눠 가진다"며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기업분할 사례를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그는 정부 산업정책을 놓고도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안 해서 미래 산업 경제에 대비가 부족하다. 장기적으로 걱정이 된다"며 "이게 주식시장에 (부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주 의원총회 개최를 통해 금투세 당론을 확정할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총회 시점은 오는 10월 4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 직전 등이 거론된다. 주식시장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금투세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지체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방법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조금 더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이른 시간 내에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시행론을 주장하는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을 감안해 좀 더 총의를 모아야 하지 않겠냐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다음달 국정감사와 10·16 재·보궐선거 등 주요 이벤트를 치른 뒤에 결정해도 된다는 의견이다.

한편 오는 11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재판을 업으로 수십 년을 살았다"며 "제 기억에 의하면 저나 누군가가 대체적으로 동의한 것과 다른 불합리한 결론이 난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천 건의 재판을 했는데, 저는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사필귀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선 "(21대 국회 때)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로 사실상 합의됐으니 그것으로 일단 하고, 구조개혁 문제 등은 추가적으로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서동철 기자 / 곽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