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명품가방 불기소’ 검찰, ‘주가조작’ 더 큰 숙제 남았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불기소 방침을 굳힌 가운데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주가조작 사건 수사지휘부는 김 여사를 불기소하는 쪽으로 기울었지만 검찰 내에서 일부 이견도 제기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명품가방 등이 대통령 직무와 무관하다고 판단하고 김 여사와 최 목사 모두 불기소 처분할 방침이다. 처분 시기는 이번주가 유력하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6일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 사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2일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를 권고했다. 검찰은 최 목사 기소에 찬성한 수심위원 전원이 직무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며 청탁금지법에 공직자의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어 김 여사를 기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입장에서 더 큰 숙제는 주가조작 사건이다. 이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이뤄진 지 17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김 여사 처분 방향을 확정하지못했다. 검찰은 김 여사와 유사하게 ‘전주’ 역할을 한 손모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지켜보고 김 여사를 처분하겠다고 해왔는데, 손씨는 항소심에서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과거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김 여사와 주가조작 핵심 관계자들이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검찰 수사 착수 초기인 2020년 9~10월, 김 여사 계좌 관리인으로 지목된 민모씨가 비공개 조사를 받은 2021년 4월 김 여사가 2차 주가조작 컨트롤타워였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40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7월 김 여사를 비공개 방문조사할 때 이에 관해 묻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와 민씨는 1·2심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 여사가 1·2심 재판부 판단과 정반대 진술을 한 것도 검찰의 처분을 늦추는 요인이다. 2010년 11월1일 ‘주포’ 김모씨는 민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3300원에 매도해달라”고 요청했고, 민씨는 “준비시키겠다”고 답했다. 20여분이 흐른 뒤 김씨는 민씨에게 “매도하라고 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7초 뒤 김 여사 명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같은 양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같은 가격에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고 공범들이 모두 사들였다. 1·2심 재판부는 이 거래가 서로 짜고 이뤄진 ‘통정매매’로 판단했다.
그런데 김 여사는 7월 검찰 조사에서 해당 주문은 김씨·민씨와 무관하게 자신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직접 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5월 이후로는 해당 계좌를 자신이 직접 운용했다는 것이다.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2010년 10월21일 이후 2차 작전 시기 주가조작범들과의 관련성을 차단하려는 의도의 진술로 풀이된다. 검찰은 김 여사 진술을 반박할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는 김 여사에게 방조 혐의도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상태라 이창수 지검장에게 지휘권이 있다.
하지만 검찰 내에선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충분하지 않다며 수사를 더 진행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이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이어 주가조작 사건까지 불기소하면 처음부터 ‘봐주기’ 결론을 갖고 수사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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