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전부터 작전 준비” 나스랄라 사살 전 폭탄 100여 기 ‘우수수’
2006년 레바논 전쟁 당시 악전고투한 이스라엘이 정보 수집 능력을 강화하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극비로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헤즈볼라 수뇌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시한폭탄으로 뚫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작전을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 관리들은 나스랄라가 수뇌부 회의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긴급회의를 열었다. 결국 헤즈볼라 수뇌부 회의가 열리기 불과 몇 시간 전이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있었던 시점에 공습을 최종 결정했다.
이스라엘군은 베이루트 남부 외곽 다히예에 헤즈볼라 지휘본부가 있다는 것을 미리 파악하고, 이곳에 수많은 폭탄을 떨어트렸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지하 약 18.3m 깊이에 있는 본부에 80t가량의 폭탄을 퍼부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공군 69비행대대 전투기들이 2000파운드(약 907㎏)급 BLU-109 등 폭탄 약 100개를 퍼부었다고 보도했다. 벙커버스터 BLU-109는 내부로 파고든 뒤에 연쇄 폭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로 만들어졌거나 지하에 있는 벙커 등 구조물을 파괴하는 데 쓰인다. 69비행대대는 2007년 시리아 핵시설을 폭격한 ‘오차드 작전’ 등을 수행한 정예다.
공습 이후 베이루트 외곽 일대는 초토화됐으며, 민간인 피해자도 속출했다. 지난 27일 다히예에 있던 현지 의사 지하드 사데는 주택 최소 6채가 공습에 무너져 있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건물 잔해에 깔린 시신들이 눈에 띄었고, 끝없이 밀려드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밤을 지새웠다고 전했다.
이번 작전은 헤즈볼라 지휘부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인지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정보망의 위력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헤즈볼라 정보수집 활동에 집중해왔으며, 본부 건물은 물론 나스랄라도 원하는 시기에 공격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력을 쌓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 육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군이 나스랄라의 회동 사실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미차이 레빈 이스라엘 하체림 공군기지 사령관은 이번 작전에 관해 “폭탄 약 100개가 사용됐으며, 전투기가 2초 간격으로 정확하게 이를 투하했다”며 “장기간 준비한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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