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동자 산재 사망, 열에 일곱은 ‘사고보다 과로’ 추정

김주영 민주당 의원실 자료
코로나19 이후 산재 사망 4배 이상 늘어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택배 노동자 산업재해 사망 건수가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열에 일곱은 과로사로 추정되는 뇌·심혈관 질환으로 숨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아 29일 공개한 ‘2017년 이후 택배업 사망 재해 현황’을 보면, 택배 일을 하던 중 사고나 질병으로 숨져 2017∼2019년 3년간 유족급여, 장의비 등 산재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모두 8명이었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2020∼2022년 산재를 인정받은 이는 모두 33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과로사의 주요 판단 지표인 뇌·심혈관 질환으로 숨진 이는 2017∼2019년 5명에서 2020∼2022년 사이엔 23명으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산재 인정자 33명 가운데 69.7%에 달한다. 지난해 1월 올해 8월까지 20개월간 사망 산재를 인정받은 택배 노동자도 모두 16명에 이르렀는데, 이 가운데 11명이 뇌·심혈관 질병으로 숨졌다.

택배 노동자 규모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크게 늘었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자료를 보면, 2019년 27억8980만건이던 연간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22년 42억1221만건으로 급증했다. 택배 노동자 수 역시 증가했지만, 정확한 수치는 없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을 가입한 택배업 노무제공자 수는 2019년 1만7100명에서 2022년 5만9709명으로 늘었다. 다만, 2021년 7월부터 택배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가 시행된 영향도 있다. 통계청의 ‘운수업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택배업 종사자는 2019년 4만5306명에서 2022년 8만95명으로 증가했다.

택배노조 등은 그동안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 등 노동환경이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부른다며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10월엔 국가인권위원회가 김진표 국회의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 △야간 근무 규율과 보호 △폭염과 한파 등 작업장 환경 개선 △택배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을 권고하기도 했다.

김주영 의원은 “사고사보다 과로로 인한 사망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은 그만큼 택배 업무의 노동 강도가 높고 신체에 무리를 줄 위험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심야 노동과 맞물릴 경우 그 위험성은 더 높아지므로, 택배 노동자의 장시간·심야 노동은 더욱 철저하게 예방하고 감독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