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에 안 들어있는 ‘생물다양성’,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야”

김기범 기자 2024. 9. 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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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 한국환경연구원 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생물다양성과 ESG’ 포럼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 제공.

국내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줄임말) 경영에서 아직까지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있는 ‘생물다양성’을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도입해야만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 글로벌센터빌딩에서 ‘생물다양성과 ESG’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환경부, 국립생태원, 국립생물자원관, 네이버 등 다수의 정부기관 및 연구기관, 산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조도순 국립생태원 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생물다양성과 ESG’ 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 제공.

이창훈 KEI 원장은 포럼 개회사에서 “앞으로 생물다양성은 ESG 경영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도순 국립생태원 원장은 “산업계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ESG 추진 전략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 원장과 조 원장은 공통적으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산업계가 기후위기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위기에도 주목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명수정 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물다양성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세계 경제에 150조 달러 이상의 기여를 한다”면서 “전 세계 총 GDP의 절반 이상 (약 44조 달러)이 생태계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명 위원은 “화학, 항공, 여행, 부동산 등 6개 산업의 공급체인이 창출하는 총부가가치의 절반 이상이 자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자연의 기여도가 큰 사업의 경우 생물다양성이 흔들리는 것은 곧 경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연 생태계의 훼손으로 2030년까지 매년 세계 GDP가 2조7000억달러씩 감소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명수정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생물다양성과 ESG’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 제공

명 위원은 또 “기업이 자연생태계의 보호를 우선순위로 삼을 경우 2030년까지 3억 9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매년 10조1천억달러 규모의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이 전 세계적 위협으로 부상함에 따라, 국제사회는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 회복을 목표로 ‘네이처 포지티브’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기업들도 이러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처포지티브란 생물다양성이 빠르게 손실되어가는 추세를 멈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2030년부터는 증진시켜야 한다는 개념을 의미한다.

명 위원은 “산업계의 인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ESG 활동으로 이어지기에는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교육·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모범 사례를 발굴하는 동시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주우영 국립생태원 팀장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생물다양성과 ESG’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 제공

역시 발제자로 나선 주우영 국립생태원 팀장은 자연자본 공시제도(TNFD)와 자연자본 평가체계에 대해 소개하면서 “생물다양성 파괴는 기후변화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TNFD의 방향성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를 넘어서는 동시에 자연순증 목표에 기여해야 한다”면서 “그린워싱과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주 팀장은 “올해까지 국내 자연자본 정보평가체계 구축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내년까지 기업 대상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운영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곽근서 오투엔비 부사장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생물다양성과 ESG’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 제공

산업계에서 발제자로 참여한 곽근서 오투엔비 부사장은 수처리 환경 기술을 통한 ESG 실천 사례를 소개하면서 “생물다양성 보전과 ESG는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은 공여자와 운영자, 수혜자가 모두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상생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토론에서는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았고, 정지민 환경부 사무관과 이재호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임동아 네이버 이사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정지민 서기관은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분야 ESG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 등 민간이 자연환경복원사업 등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ESG 실적 인정 방안 등을 제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국제적 자연자본공시 제도 도입 움직임에 대응해 환경부, 산업계,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했으며 자연자본공시 국내 이행방안을 마련하고 기업역량 강화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연구관은 “종과 생태계에 대한 데이터 부족 실태와 분석 체계의 미비”에 대해 지적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연구와 산학연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동아 이사는 기업 차원에서 생물다양성 분야 ESG를 추진하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생물다양성 분야 ESG와 관련된 방법론이 개발된다면 기업의 ESG 경영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연철 사무총장은 “생물다양성이 ESG 경영의 새로운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환경연구원은 앞으로 자연환경 분야 정책과 ESG의 연결점을 찾아 기업들이 생물다양성 보전을 ESG 전략에 통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연구원은 또 자연자본 평가체계를 활용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도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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