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한화 팬분들을 기쁘게 해드리지 못해서…" 울컥한 정우람, 마지막까지 팀 생각했다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정우람(39)이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고별 무대에서 데뷔 첫 선발투수로 대미를 장식한다. 21년 프로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은퇴 경기를 앞두고 정우람은 울컥했다. 한화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한 아쉬움이 은퇴 순간까지 남았다.
정우람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선다. 지난 15일 현역 은퇴를 선언한 정우람은 개인 통산 1005번째 등판을 데뷔 첫 선발로 치르면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4년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SK(현 SSG)에 지명된 정우람은 그해 4월21일 문학 한화전에서 데뷔한 뒤 이날까지 통산 1005경기 출장 기록을 남기고 떠난다. KBO리그 최초 1000경기 등판 투수로 일본프로야구 이와세 히토키(1002경기)를 넘어 아시아 단일리그 최다 출장 기록을 세웠다.
18시즌 통산 1004경기 모두 구원으로 나선 정우람은 977⅓이닝을 던지며 64승47패197세이브145홀드 평균자책점 3.18 탈삼진 937개의 성적을 남겼다. 두 차례 홀드왕(2008·2011년), 한 차례 세이브왕(2018년)에 오르며 역대 통산 홀드 4위, 세이브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통산 100세이브, 100홀드를 기록한 선수는 정대현(106세이브 121홀드)에 이어 정우람이 두 번째.
SK 왕조 시절 최강 불펜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정우람은 2015년 시즌을 마친 뒤 FA 계약으로 한화에 왔다. 지난해까지 한화에서 8시즌 통산 135세이브를 거뒀다. 구대성(214개)에 이어 한화 소속 세이브 2위 기록으로 2018년 한화의 마지막 가을야구 당시 마무리로 활약했다.
안타깝게도 그때가 한화에선 유일한 가을야구 경험으로 남았다. 은퇴 경기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정우람도 2018년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2018년 10월23일 고척돔에서 열린 넥센(현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한화가 2-5로 패해 시즌을 마쳤지만 한화 팬들의 따뜻한 격려를 잊지 못하며 눈물을 훔쳤다.
다음은 정우람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야구장 올 때 기분은 어땠나?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긴장도 많이 되고, 1년 만에 대전야구장 출근하는 날이었다. 되게 슬프기도 하고, 많이 설렜다. 어렸을 때 한국시리즈 1차전 앞두고 야구장에 출근하는 기분이랑 비슷하기도 하다. 뭔가 좀 많이 뭉클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들이 많이 섞이다 보니 태어나서 처음 느낀 감정을 느꼈다.”
-통산 1005번째 경기에서 첫 선발등판인데.
“서프라이즈했다. 미리 언질을 받은 건 아니고, 감독님과 코치님이 결정을 해주셔서 놀랐다. 선발 경험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마지막 은퇴식 경기에서 이런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다. 선발로 나간다고 하니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 같다. 선발이 이런 기분이 있구나 싶다.”
-은퇴 결정 이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
“우리 팀이 5강 싸움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퇴식 날짜가 정해지지 않아) 날짜를 많이 물어봤다. 5강 싸움을 계속 했더라면 제 은퇴식이 우선이 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내년으로 미뤄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5강 좌절로) 올해 하게 됐고, 주변에선 많은 분들이 축하와 동시에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을 많이 해주셨다. 같이 뛰었던 동료 선수들이 많이 축하해줘서 잘 준비할 수 있었다.”
-은퇴 발표 이후 어떤 생각들을 했나.
“(눈시울을 붉히며) 제가 이곳 한화 이글스에 2016년에 왔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대전에 왔다. 제일 먼저 생각났던 건 9년 동안 팬분들이 많이… (울컥하며) 기쁘게 해드리지 못해서…. 많은 사랑만 받고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안 좋았다.”
-오늘 처음 눈물을 흘린 건가.
“오늘 아침에 눈물이 많이 나더라. 은퇴사를 준비하면서도 많이 울었다. 오랫동안 뜸했던 지인들, 같이 했던 동료와 친구들, 여러 사람들이 연락이 와서 눈물을 흘렸다.”
-은퇴식에 초청한 분은 있나.
“지인들이 좀 오시긴 했는데 특별히 초대한 분은 없다. 여러 가지로 제가 특별히 은퇴식 날짜가 늦게 결정되는 바람에 다 초대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다.”
-선수 인생을 돌아봤을 텐데 어떤 선수였다고 생각하나.
“그냥 마운드에 꾸준히 많이 오르다 보니까 오래 하게 됐다. 야구를 오래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좀 인정해줄 수 있는 저만의 뭔가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게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너무나 많다. 이곳 한화에서 저희가 이제 2018년 가을야구에 나갔을 때 구단 프런트나 감독, 코치님들이 너무나 기뻐하셨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저희가 떨어지긴 했지만 떨어졌을 때 한화 팬분들이 고척야구장 저희 버스 뒤에서 선수들 고생했다고 얘기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에 제가 한국 최초 1000경기, 아시아 최초 1004경기를 했을 때 관중분들이 많이 박수쳐주시고, 우리 후배들이 진심으로 축하해줬을 때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선수 생활하면서 고마운 분들이 있다면.
“고마우신 분들 너무 많죠. 제가 제일 오래 함께한 감독님 다 아시지 않습니까. 김성근 감독님. 김성근 감독님의 그런 가르침과 저를 채찍질 많이 해주셔서 오래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 같다. 그리고 한화에 와서도 저희가 2018년 가을야구에 갈 수 있도록, 그리고 제가 세이브 마지막 투수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관리 잘해주시고 이끌어주신 한용덕 감독님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올 시즌 김경문 감독님으로 바뀌었는데 김경문 감독님과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한 부분도 너무 아쉽다. 여러 훌륭하신 감독님들과 더 오래오래 하고 싶었다. 김경문 감독과 선수 생활을 오래 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은퇴 경기로 한 타자를 상대하는 느낌이 어떨지.
“나름 마지막 순간을 팬분들을 위해서 준비했는데 최대한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내고 싶다.”
-오늘이 한화생명이글스파크도 마지막 경기이기도 한데.
“1년 만에 여기 출근했는데 막상 도착하니까 늘 왔던 것처럼 익숙했고, 너무 반가웠다. 빨리 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다행히 머지않은 곳에 새 야구장이 생기게 되어서 내년, 내후년 항상 이곳에 올 때면 이 향수가 그대로 전달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지.
“그동안 좋은 감독님, 코치님들한테 항상 여러 가지로 배우고 느껴왔다. 좋은 지도자란 없는 것 같다. 좋은 사람이 먼저 되는 것이다. 좋은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선수들과 소통하고, 진심으로 잘되길 바라는 마음만 있다면 그거 하나만으로도 좋은 지도자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어느 정도 공부도 필요하기 때문에 공부도 해내갈 생각이다.”
-후배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심으로 항상 저를 생각해줘서 고마웠다. 저 역시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선 것 같다. 그런 진심이 모아서 그래도 제가 은퇴식도 열게 됐다. 팬분들도 저를 봐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후배들 응원할 것이고, 저 역시 진심으로 후배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응원한다고 말하고 싶다.”
-최근에 투수조들과 작은 파티를 했다고.
“제가 이런 자리를 받아도 되나 싶었다. 후배들한테 진심으로 대했고, 같이 좋은 일, 슬픈 일, 함께 나누면서 지금까지 세월을 보냈지만 선배로서 좀 더 좋은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더 나은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마음에 이런 걸 받아도 되나 싶었다. 너무 고맙다. (이)태양이가 '이렇게 해줄 수 있는 선배가 있어서 고맙다'고 말하더라. 그 말을 들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야구 선배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싶다. 태양이를 비롯해 그 자리를 만들어준 후배들에게 너무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