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도 뷰티 유통시장 참전…올리브영·다이소에 도전장(종합)
'잘파세대'·외국인 공략 포석…"미래 성장 동력으로"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세븐일레븐이 지난 27일 서울 동대문의 복합쇼핑몰 '던던'(dundun·옛 롯데피트인)에 문을 연 패션·뷰티 특화매장.
매장 입구 전면을 할애한 뷰티 상품 판매 공간이 시선을 끈다. 식품 매대 공간이 80% 이상인 기존 편의점에서 만년 '비주류'로 분류됐던 뷰티가 주력 상품군으로 올라선 상징적인 매장 풍경이다.
'10대의 놀이터'라고 불리는 편의점이 뷰티 유통 시장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상품의 가격대와 주력 소비층 등이 유사한 생활용품업체 다이소가 특히 긴장하는 모양새다. 중장기적으로 시장 경쟁 구도가 다시 한번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들은 최근 잇따라 빼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갖춘 뷰티 상품을 선보였다.
CU는 지난 24일 화장품 브랜드 엔젤루카와 손잡고 물광팩과 세럼, 보습크림 등 3종의 신제품을 개당 3천원대 가격에 출시했고 GS25도 최근 아크네스 브랜드의 올인원 로션을 9천원대에 내놨다.
시중에 판매되는 본품과 성분은 같지만 ㎖당 가격을 최대 70∼80% 낮춰 가성비를 강조했다.
GS25는 지난 8월에도 화장품 브랜드 듀이트리와 협업한 마스크팩, 토너, 멀티크림, 세럼 등 4종을 각각 1만원 미만 가격에, 편의점용 소용량으로 제작한 메디힐 보습패드는 1천원대에 각각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밖에 이마트24는 최근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브랜드 '플루'와 협업해 에센스와 바디스크럽(각질제거제), 클렌징폼 등 3종을 출시했다.
편의점 채널에 맞춰 개별 포장된 스틱형이나 소용량으로 제작된 것으로 가격은 모두 7천원대다.
편의점들이 근래 이처럼 저가의 소용량 뷰티 상품군 확대에 나서는 것은 주력 소비층인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의 화장품 구매 수요에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CU의 연간 화장품 매출 증가율(전년 대비)을 보면 2022년 24.0%, 지난해 28.3%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도 1∼9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14.7% 늘었다.
이마트24도 2022년 11%, 지난해 36%, 올해 1∼8월 21% 등으로 매년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 화장품의 최대 구매 고객은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10∼20대다. 10대 매출 비중이 42.3%로 가장 높고 20대가 32.3%로 두 번째다. 두 연령대를 합하면 전체 70%를 훌쩍 넘는다.
이들은 주로 편의점에서 마스크팩이나 스킨, 로션 등과 같은 기초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S25의 경우 올해 기초화장품 매출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과 비교해 15%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다.
GS25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거친 잘파세대가 피부 관리의 시작인 기초화장품에 관심을 쏟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K-뷰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도 편의점 업계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편의점 주요 고객군으로 자리 잡은 외국인 매출을 늘리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이 잘파세대의 화장품 소비 채널로 떠오르면서 업체들도 뷰티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이번에 동대문 상권에 뷰티 특화 점포를 선보인 것도 그 일환이다.
GS25와 CU는 여러 중소 화장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상품 구색을 확대하는 쪽에 힘을 쏟고 있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이 앞으로 편의점을 먹여 살릴 미래 콘텐츠로 성장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만큼 앞으로 그 비중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세븐일레븐의 뷰티 특화 점포는 상징성이 크다"고 짚었다.
편의점까지 뷰티 유통 시장에 참전하며 플랫폼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편의점과 다이소는 주력 고객층이 겹치는 데다 가성비 상품군의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일대 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이소의 저가 공세로 일부 10대 고객의 이탈을 경험한 CJ올리브영 역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편의점이 당장 시장 지배사업자인 올리브영과 경쟁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집 앞 유통 채널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미래 주요 소비층이 될 10∼20대의 '경로 의존성'을 높인다면 중장기 시장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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