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쓰레기 가득한데, 모니터링 예산은 ‘푸대접’

이승욱 기자 2024. 9. 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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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군부대와 어촌계에서 설치한 낡은 경고문 안쪽으로 펼쳐진 해변에 들어서자 비닐봉지와 밧줄, 플라스틱 바구니 등이 눈에 들어왔다.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을 위해 4억여원이 편성되던 정부 예산이 올해는 지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올해에 견주면 예산이 일부라도 편성된 셈이지만 애초 요청한 예산의 20%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안 쓰레기와 해양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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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인천 중구 영종도 마시안해변에서 발견된 해안 쓰레기. 이승욱 기자

인근 군부대와 어촌계에서 설치한 낡은 경고문 안쪽으로 펼쳐진 해변에 들어서자 비닐봉지와 밧줄, 플라스틱 바구니 등이 눈에 들어왔다. 발걸음을 더 옮기자 스티로폼, 플라스틱으로 만든 부표, 한국에서 파는 비타민 음료 페트병 등이 모여 만들어진 작은 언덕도 발견됐다.

26일 오후 3시 인천 중구 영종도에 있는 마시안해변. 이 해변은 정부가 진행했던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대상 지역 중 한곳이다. 이곳에서 발견되는 해안 쓰레기는 중국에서 건너왔다기보다는 국내에서 버린 생활폐기물이 많다.

두달 전 이곳에서 해안 쓰레기를 확인했던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름섬 쪽으로 들어가는 마시안해변은 파도가 한번 들이닥치면 빠져나가지 못하는 만 지역이다. 가을만 되면 해안 쓰레기가 쌓이는 대표적인 곳”이라며 “주로 스티로폼 조각이나 비닐처럼 가벼운 쓰레기가 많이 발견된다. 중국산 부표나 페트병이 발견되는 백령도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마시안해변이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지역으로 포함된 것은 2014년 5차 조사부터다. 당시 발견된 해안 쓰레기양은 107개로 무게만 8.3㎏에 이르렀다. 2015∼2017년 172∼270개의 해안 쓰레기가 발견됐던 마시안해변은 2018년부터 해안 쓰레기 수거 작업의 영향으로 쓰레기가 감소해 매년 71∼95개의 쓰레기가 발견됐다.

하지만 1년에 여섯차례 실시했던 이 조사는 올해부터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을 위해 4억여원이 편성되던 정부 예산이 올해는 지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은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이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과 함께 진행하던 사업으로, 각 지역의 환경단체가 국내 60개 지점을 2개월마다 한번씩 찾아 해안 쓰레기 종류와 성질, 양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해안 쓰레기 발생 원인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공식 모니터링 보고서로, 지난해에는 7만8476개(4154.9㎏)의 해안 쓰레기를 확인했다.

지출 구조조정으로 예산이 삭감된 사업으로는 해양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사업도 있다. 애초 13억원 정도가 편성됐던 이 사업은 예산 삭감과 함께 해양환경공단 자체 사업으로 전환돼 최소한의 모니터링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예산은 내년에도 복구되지 않았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해안 쓰레기 실태조사 사업으로 3억원만 편성돼 있다. 사업명은 해안 쓰레기 실태조사지만 해수부는 해양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사업도 하나로 묶어 16억원을 요청한 바 있다. 올해에 견주면 예산이 일부라도 편성된 셈이지만 애초 요청한 예산의 20%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안 쓰레기와 해양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증액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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