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하청기지 전락한 국내 방송·미디어 시장…"극소수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극한 생존"

김미경 2024. 9. 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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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언론·미디어정책학회 '국내 방송 미디어 산업 위기의 원인과 극복방안' 연속 세미나
"미디어 전문가 중심의 한국형 DSA·DMA 만들자" 공감대
한국 방송·미디어·언론정책학회 공동주최 연속세미나 포스터

국내 방송·미디어 시장이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콘텐츠 제작 하청기지로 전락했다는 위기감이 크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글로벌 OTT는 자금력을 앞세워 대형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방송사업자는 방송법 규제 환경에서 시청률 저하와 재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미디어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K-콘텐츠가 더욱 성장하려면 국내 방송 미디어 플랫폼과 영상 콘텐츠 산업간 선순환 구조 복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미디어 관련 학회를 대표하는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학회, 한국미디어정책학회 공동주최로 지난 26~27일 한국방송회관에서 진행된 '국내 방송 미디어 산업 위기의 원인과 극복방안' 연속 세미나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국내 방송·미디어 규제 수준을 글로벌 OTT 수준으로 완화하는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였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국내 방송 미디어 산업이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을 글로벌 OTT 주도의 무한경쟁 체제에서 정부와 시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찾았다. 이헌율 고려대 교수와 이상원 경희대 교수,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국내 미디어 시장은 글로벌 OTT의 콘텐츠 공급원이면서 소비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유튜브·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는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 실현, 대규모 자본을 갖추고 국내 시장을 빼앗아 가고 있다"며 "국내 방송 미디어 사업자는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규모의 경제도, 자본력에서도 체급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복 JTBC 전문위원은 "국내 방송 사업자는 지상파만 존재했던 60년대의 무거운 껍데기 같은 규제가 지속되고 있어 발목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는 것과 같은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이헌율 교수는 "글로벌 OTT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규제 공백 상태에서 그 어느 국가보다 우수한 네트워크 인프라에 무임승차 하고,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을 하청기지화 하고 있다"며 "글로벌 OTT가 올려놓은 엄청난 제작비로 인해 방송사는 콘텐츠 제작을 안 하는 것이 살 길이 되어 버리고 결국, 드라마 편수가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국내 콘텐츠 업계의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데, 정부의 광고 규제로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기 어렵다"면서 국내 방송 생태계의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국내 시장의 비전이 없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OTT에 힘입어 '오징어 게임'과 같은 K-콘텐츠가 세계에 확산됐지만, 극소수의 선택된 제작사·배우에만 돈이 되고, 나머지는 힘겨운 생존 싸움에 놓였다는 게 업계의 한탄이다.

그럼에도 방송법 개정은 시대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정쟁만 난무하거나 방치돼 왔다. 헌법이 9번 개정되는 사이 방송법은 단 2차례만 개정됐을 뿐이다. 특히 방송 미디어 업계가 요구하는 방송광고 규제, 이용약관 규제, 홈쇼핑 편성 규제와 같이 실질적인 규제 완화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홍종윤 서울대 교수는 한국 미디어 학회들이 새로운 방송 정책과 법률을 마련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하고 국회, 정부, 이해관계자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은 "방송과 같은 영역은 혁파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해 글로벌 OTT와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글로벌 OTT에 대한 규제를 방송 규제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아닌 국내 방송사업자의 규제 수준을 OTT 사업자 수준으로 완화하는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글로벌 OTT의 사회적 영향력에 비례한 책임도 함께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디지털서비스법(DSA), 디지털시장법(DMA)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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