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습기 살균제 ‘국가 배상 책임’ 재차 인정…“공무원 과실 인정돼”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국가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또다시 인정했다. 다만 법원은 피해자가 이미 정부로부터 구제 급여를 받았다며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7-2부(재판장 차문호)는 2011년 6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숨진 23개월 아이의 아버지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A씨는 아이를 잃고 3년 뒤 2014년 8월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세퓨’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제조사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며 세퓨가 A씨에게 약 3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원은 국가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가 낸 증거만으로는 배상책임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A씨는 국가를 상대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공무원의 과실이 인정되고 이런 위법한 직무집행과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들의 건강 피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정부가 문제의 화학물질에 대해 특정 상황에서만 유해성 심사를 한 뒤 마치 물질 자체가 유독성이 없는 것처럼 알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환경부 장관 등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등 이 사건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를 할 때 특정 용도와 노출 환경에서 사용되는 것을 전제했음에도, 그 결과를 고시할 때는 이런 조건으로 심사했음을 알 수 있는 아무런 기재도 없이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만 적어 이를 10년 가까이 방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PHMG에 대해선 불충분한 과학지식 등에 근거해 고분자 물질이라는 이유만으로 독성시험을 면제하면서 물에 잘 녹는지 여부 등도 확인하지 않고 용도 제한 없이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공표했다”며 “이는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정부로부터 2억원 이상의 구제 급여를 받았다는 점을 들어 A씨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이미 구제 급여가 A씨에게 인정되는 위자료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지난 2월에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 5명이 낸 소송에서 국가가 3명에게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한 판결이었다. 이 판결은 지난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6281806001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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