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독대 압박에 심기 불편한 대통령실…당분간 어려울 듯
집안싸움 확산 우려에 입장 표명은 피해
김건희 리스크 확산에 부담 커질 듯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민심을 명분 삼아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압박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다만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며 갈등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9일 통화에서 한 대표와의 독대 계획에 대해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독대 요청·거절과 같은 진행 상황이 낱낱이 언론에 공개되는 상황에서 양측이 비공개로 의견을 교환할 기회도 마땅치 않다고 밝혔다. 독대는 대통령실과 한 대표의 갈등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뒤에야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한 대표가 독대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의도에 대해 불신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독대의 정치적 의미는 주요 현안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은밀하게 협의하는 것”이라며 “그 바탕에는 상호 간의 신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독대는 의대 증원, 김건희 여사 문제 등에 대한 돌파구를 함께 모색하기 위한 자리여야 하는데, 한 대표는 자신이 현안에 대해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독대를 이용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재검토 주장도 이 같은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2000명이 아니어도 합리적인 숫자가 제시되면 재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한 대표 측은 새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논의가 건설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못한 채 정부·여당의 엇박자 논란만 확산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독대가 성사되더라도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점이 도출될 가능성은 작고 그 비판은 오롯이 윤 대통령이 감내하게 될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내부 우려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지난 24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 이후 수일 동안 공식적으로는 독대와 관련한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여권 내 집안싸움이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다만 대통령실 내에서는 다음 달 국정감사를 계기로 정치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면 민생을 명분으로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한 대표의 목소리도 같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 대표가 독대 안건 중 하나로 꼽은 김건희 여사 문제가 가장 큰 위협 요소다.
실제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과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처분이 임박한 상황에서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여사께서 먼저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일단 입장 표명을 하고 공개 행보를 한다면 여당도 충분히 방어해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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