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신종감염병, 계속 증가하고 자주 등장할 것… 단일 대응체계 필요"
조류 인플루엔자, 신종감염병 전조일수도… 정부, 관련 예산 더욱 늘려야
권준욱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
"지금도 코로나 변이가 계속 출연하며 다른 동물들에게 전파되고 있습니다. 더 진화된 악성 병원체 등장 가능성을 늘 염두하고, 이를 대응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의 역량을 끌어모아야 합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대환란 속에 코로나 방역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한 권준욱(59·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실패와 실수를 딛고 다음 성공을 이뤄야 한다는 각오로 넥스트 팬데믹에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교수는 보건복지부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던 2020년 2월 국립보건연구원장으로 발령받았다. 전염병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과 교대로 대국민 브리핑을 맡으며 대국민 소통의 최전선에서 뛰었다. 동시에 코로나 방역의 최전방에서 역학조사,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병상 운영, 환자 이송, R&D 등의 방역 대책을 세웠다.
그는 매일 개조식 메모를 만들어 브리핑을 준비했고, 각종 방역 정책에 대한 검토와 고민을 담아 국민들과 정책을 공유했다. 권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당시를 되돌아보며 "코로나 기간에 국민들께 계속해서 '위기'라는 단어를 언급했다"면서 "처음에는 마스크를 써달라고 하다가, 2주만 참아달라는 말을 반복해 국민들에게 송구스러웠다. 그럼에도 상황이 회복되지 않아 자괴감도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공직자로서 현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해 꿋꿋하게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코로나19 방역의 시작부터 대유행의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남긴 현장의 기록들을 모아 '감염병X' 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3년여 간의 경험을 토대로 감염병 대처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또 다른 감염병 위기를 이겨내는 데 도움을 주고자 책을 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향후 신종 감염병이 출현할 경우 이에 대응할 방역 관계자, 연구자들에게 남기는 내용을 담고 싶었다"면서 "책에 주관적인 입장을 많이 담았고, 문제점과 반성을 위주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류성룡의 '징비록'처럼 후대 또는 가까운 미래에 방역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참고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또 모든 국민이 환란을 교훈 삼아 앞으로 닥쳐올지 모르는 우환을 경계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다음에 신종 감염병이 등장할 경우 그 특성을 파악해 철저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퍼지면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발할 수 있고,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사이에 변이가 출연하거나 새로운 감염병 병원체가 등장하며 더 강해진 감염병X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올 수 있는 신종 감염병은 코로나19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감염병이 갑자기 들이닥쳤을 때, 아무리 방어를 잘해도 100% 막을 수는 없다"며 "신종 감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하고 자주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감염병의 특성에 대해서는 "고령층뿐만 아니라 갓 태어난 아기부터 초등학생, 청장년층의 치명률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그로 인해 사회가 마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 조류 인플루엔자가 가축에서 많이 퍼져있고, 가축을 돌보는 사람에게 감염된 통계도 20건가량 발생했다"면서 "이런 형태가 신형 인플루엔자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는 고령층이 더 많아져 실버타운, 요양병원 등에서도 무수한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실버타운용 건물이 지어지면 환기를 고려해 설계하고 유사 시 환자와 증상자를 격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건물을 짓거나 시설을 만드는 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에도 원내 감염을 차단하는 규정을 적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재정과 인력이 더 많이 투입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권 교수는 앞으로 국립보건연구원을 중심으로 R&D를 한 곳으로 일원화해 감염병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일 체계여야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고, 중복 투자를 최소화하며 질병의 예방과 치료 분야에서 기초부터 임상까지 광범위한 범위에 명확한 방향성을 가진 효율적 비전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한 정부가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한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코로나19 유행 막바지에 50억 달러 규모의 R&D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지금도 부단히 연구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되레 연구 예산이 삭감되며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 예산도 복지부, 과기정통부, 식약처, 산자부 등에 흩어져 있고 서로 간 연구성과가 공유되지 않는데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코로나 이전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면서 "감염병으로 인해 변화된 세상에서 우리가 더 발전하고 진화하며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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