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서 라오스로 전달된 ‘뽀로로·티니핑’…장난감 기부운동 아프리카로 번졌다
“우리도 이제 다 큰 어른이다 보니 장난감 모으는 게 쉽지 않았어요.”
경북 칠곡군 아이누리장난감도서관에서 지난 23일 김주환군(북삼고 2)이 자신의 손보다 큰 블록 장난감을 손에 쥔 채 이렇게 말했다. 하얀색 위생장갑을 끼고 조그마한 면봉을 움켜쥔 김군의 손은 산더미처럼 쌓인 장난감을 소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 장난감에는 김군과 같은 학교 동아리 친구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최애’ 장난감을 라오스 어린이를 위해 선뜻 기부한 것이다. 김군이 활동하는 동아리는 환경문제와 공존의식 등에 관심이 많은 학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군은 “쓰지 않는 장난감으로 다른 나라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부에 동참하게 됐다”며 “동아리 친구 외에도 많은 학우가 장난감 기부에 동참해줬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장난감 기부운동 동참을 권유한 것은 이세진 북삼고 교사(42)다. 이 교사는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학생들이 물건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들과 함께 기부활동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북 칠곡지역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진행했던 장난감 기부운동이 라오스를 넘어 아프리카까지 이어진다. 다른 지역 장난감도서관도 기부운동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장난감 기부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칠곡군은 칠곡군아이누리장난감도서관이 지난해 12월부터 4차례(2·7·8월)에 걸쳐 지역 주민들로부터 기부받은 장난감 600여점과 의류·신발 등을 라오스 농촌 마을인 농사이에 전달했다고 29일 밝혔다.
라오스 비엔티안 특별시에 속한 농사이 마을은 칠곡군이 새마을세계화 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이 마을에 전달된 장난감은 뽀로로와 타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캐릭터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티니핑’까지 다양하다. 칠곡에 사는 주부와 학생 등 각계각층의 주민이 십시일반 모은 것이다.
기부된 장난감은 장난감도서관에서 중고로 판매하다 남은 것들이다. 세척과 수리, 포장 작업을 거쳐 새것과 다름없는 상태로 라오스로 보내졌다.
김명신 장난감도서관장은 “요즘엔 자녀가 1명인 경우가 많아 장난감이든 옷이든 동생이 물려받는 경우가 없다”며 “새것처럼 깨끗한 장난감이 많아 버리기 아까워 다른 나라 어린이에게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칠곡군과 함께 장난감 기부운동을 펼친 새마을세계화재단은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에도 장난감을 보낼 계획이다. 경북의 다른 장난감도서관에서도 주민들로부터 장난감을 기부받아 아프리카에 보내기로 했다.
김 관장은 “(라오스)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본 경험이 전혀 없어 처음엔 굉장히 경계했다”며 “장난감 사용법을 들은 이후로는 매우 즐거워하며 고마워했다. 개발도상국 어린이를 위한 기부운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장난감 기부가 라오스에 이어 아프리카까지 번지기 시작했다”며 “라오스에 보낸 장난감은 희망을 전한 값진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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