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진은숙의 나라'… 콩쿠르 넘어 그라모폰상도 넘보는 K클래식
임윤찬, 피아노 부문 최종 후보에 2개 앨범 올라
작곡가 진은숙 곡 담긴 베를린 필하모닉 앨범 '현대음악' 후보로
편집자주
20여 년간 공연 기획과 음악에 대한 글쓰기를 해 온 이지영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이 클래식 음악 무대 옆에서의 경험과 무대 밑에서 느꼈던 감정을 독자 여러분에게 친구처럼 편안하게 전합니다.
영국의 권위 있는 음반 잡지 '그라모폰'은 매해 최고의 클래식 음반을 선정하고 시상하는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를 진행한다. 온라인 음악 감상 시대에 음반의 존재감은 이전보다 줄었지만 올해 음반상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피아노 부문에, 작곡가 진은숙의 작품을 녹음한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의 앨범이 현대음악 부문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 연주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1990년 실내악·1994년 협주곡)와 첼리스트 장한나(2003년 협주곡)에 이어 2021년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가 '세기의 여정' 앨범(BIS)으로 그라모폰 디지털 특별호 '올해의 음반상'을 받았다.
1923년 창간된 그라모폰은 '디아파송', '르 몽드 라 무지크', 'BBC뮤직매거진'과 함께 전 세계 연주자들의 뛰어난 앨범을 소개하고 작품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 '르 몽드 라 무지크'의 '쇼크(CHOC)', '디아파송'의 '디아파송 도르' 등의 평가가 붙으면 음반 판매량도 이에 좌우될 만큼 영향력이 크다.
그라모폰 음반상은 편집자의 선택을 받은 앨범들 중 분야별 3개 앨범이 최종 후보에 오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데카, 아르모니아 문디, 하이페리온, 도이치 그라모폰(DG), 소니와 같은 전통적 브랜드가 아닌 연주 단체의 자체 제작 레이블로 음원과 음반을 발매한 라디오프랑스, 베를린 필하모닉 등의 진입이 눈에 띈다. 새롭게 이름을 올린 부티크 레이블도 있다. 하이엔드 고음질 음향으로 레이블의 정체성을 삼은 샨도스(Chandos), 펜타톤(Pentatone)의 앨범들이 올해 관현악 후보군에 올랐다.
'영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 수상도 넘보는 임윤찬
지난해 그라모폰의 '올해의 연주자상'을 받은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은 올해는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앨범(DG)으로 기악 부문 후보에 올랐다. 앨범 라이너노트를 직접 쓰는 한은 작품 해설과 함께 자신이 왜 이 곡을 녹음하게 됐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곁들인다. 난곡 중 난곡이라는 쇤베르크 협주곡은 '21세기 청중은 쇤베르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해 쓴 한의 글과 연주 덕분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한 부문에 동일 아티스트의 앨범이 두 개나 오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피아노 음반상 후보에 오른 임윤찬의 앨범은 데카 레이블과 전속계약을 맺고 올해 초 발매한 쇼팽 '에튀드'와 2022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한 리스트의 '초절기교연습곡' 실황 앨범(스타인웨이 앤드 선스) 이렇게 두 장이다. 최근까지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미국 뉴욕 카네기홀, 뉴욕필과의 협연 등 세계적 극장과 연주 단체와의 무대가 호평 일색인 연주자인 만큼 음반상뿐 아니라 신인상에 해당되는 '영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Young Artist of the Year) 수상 가능성도 커 보인다.
임윤찬의 앨범들은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연주한 버르토크, 야나체크, 시마노프스키(워너클래식) 앨범과 경쟁한다. 안데르제프스키는 독창적이면서도 신뢰도 높은 곡 해석으로 유명하다. 1990년 영국 리즈콩쿠르 준결승 무대에서 연주 중 갑자기 퇴장해 유명세를 치렀던 그는 2001년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EMI) 앨범으로 글렌 굴드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성과와 비교되는 극찬을 받았다. 이후 그라모폰, BBC뮤직매거진, 에코 클래식스 등에서 음반상, 아티스트상을 수차례 받았고 2021년 바흐 앨범으로 그라모폰 '올해의 피아노상'을 받았다.
베를린 필하모닉 레이블로 발매된 진은숙의 '관현악곡' 앨범은 2005년부터 2022년까지 진은숙의 주요 관현악곡 및 협주곡을 연주한 기록이다. 사이먼 래틀 지휘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크리스티안 테츨라프 협연), 정명훈 지휘의 첼로 협주곡(알반 게르하르트 협연), 사카리 오라모가 지휘한 피아노 협주곡(김선욱 협연)이 포함돼 있다. 작곡가 진은숙의 작품을 17년간의 연주로 담아낸 베를린 필하모닉의 노력과 성과는 수상 여부를 떠나 진귀하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다.
객원기자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파이터'로 변신 한 총리, 그를 '오덕수'로 부르는 이유는 | 한국일보
- '보통의 가족' 장동건 "나이 들어 보이는 내 모습에 깜짝" [인터뷰] | 한국일보
- 번식장서 피고름에 뒤덮였지만… 구조 후 '꽃미견' 변신한 비숑 | 한국일보
- 이사배 "7년째 식단 관리... 떡볶이는 일 년에 한 번" | 한국일보
- "마트서 고기 팔며 5개월 만에 빚 2억 갚아"...한 청년의 '인생역전' | 한국일보
- "오마카세는 그만!" MZ세대 '욜로족' 지고 '요노족' 뜬 이유 | 한국일보
- 유승준, 한국행 세 번째 좌절… "대중 여론에 입국 불발" | 한국일보
- "소주 네 병 마셔 기억 안 나" 순천 10대 여성 살해범 구속 | 한국일보
- "정신병동까지 올스톱"… 정신질환자 입원 시키려 경찰관들이 '전화 뺑뺑이' | 한국일보
- 우지원 "이혼 전 2년 별거 했었다"...눈물의 고백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