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받고 20년 더"…아직 '쌩쌩'한데 멈춘 고리3호기 운명은?
고리3호기가 멈췄다. 사고도, 결함도 아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원전의 활용 가능성을 높여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문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동시에 국가간 경쟁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29일 한국수력원자력 등 전력기관에 따르면 고리 3호기 원자로는 지난 28일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정지됐다. 1985년 9월 30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후 설계 수명인 40년이 완료된 탓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3호기는 설계수명 만료로 가동 중지 상태에 돌입했으나 2026년 6월 재가동을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원전의 설계수명은 대다수 40년이다. 일부 30년도 있고 최근 지은 원전은 60년이지만 대다수가 40년으로 설정돼 있다. 단어가 주는 오해가 있지만 설계수명이 다했다고 해서 '수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콘크리트 기반 아파트의 경우 안전 진단에 따라 수십년간 사용한다. 고딕, 르네상스 양식 등의 유럽 건물도 100년을 다해간다. 엔진이 중요한 자동차의 경우 정비에 따라 사용 연한이 달라진다. 콘크리트와 엔진만 살아있다면 원전도 다를 바 없다. 안전 조치와 보강 절차에 따라 추가 운영이 가능하다.
한수원에 따르면 전세계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 267기 가운데 91%인 244기가 '계속운전'(재가동) 중이다. 우리 역시 재가동을 위한 관련 절차를 밟고 다시 원자로를 돌리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부터 멈춰있는 고리2호기도 아직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규제기관의 운영 연장 허가만 기다리고 있다. 탈원전 기조에 따라 전임 정부에서 연장 허가 신청을 늦게 한 탓도, 규제기관의 더딘 심사도 모두 이유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관련 서류를 접수한 고리 3호기 역시 2026년 6월에나 재가동을 바라보는 실정이다.
원전 가동 중단은 경제적, 환경적 손실을 가져온다. 2023년 기준 평균 판매단가는 원자력이 1㎾h(킬로와트시) 당 55.1원, 액화천연가스(LNG)가 215.3원 이었다. 값싼 원전 대신 상대적으로 비싼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만큼 국가적 손해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서도 원전의 활용이 필요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1㎾h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원전이 10g으로 △석탄 992g △석유 782g △LNG 549g 보다 월등히 낮았다.
최근에는 안정적 에너지원 확보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추세다. 산업이 고도화될 수록 기업도, 사람도 '더 많은 에너지를 더 값싸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천문한적인 보조금을 지급해가며 전세계 글로벌 기업 유치에 열중하는 미국이 원전의 계속운전을 결정한 이유다.
실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이달 Turkey Point 3,4호기의 20년 추가 운영을 허가했다. 미국 원전의 대다수가 60년의 설계수명을 가졌는데 이번 20년 추가 운영 허가로 80년동안 원전을 가동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심지어 추가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되지도 않았는데 2차 추가 운영을 허가하기도 했다. North Anna 1,2호기는 1차 계속운전 허가기간이 각각 2038년 4월과 2040년 8월인데 NRC는 지난 8월 각각 2058년 4월, 2060년 8월까지 2차 추가 운영기간을 허가했다.
전력기관 관계자는 "다양한 에너지원 확보는 미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원전의 계속운전에 대한 적극적 규제 해소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술 고도화에 따른 안전 기준은 더욱 높이돼 계속운전 허가와 운영기간에 대한 프로세스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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