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야 “토요일에라도 재표결” 여 ‘난감’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정치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연일 윤 대통령의 특검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바로 국회에서 재표결에 부치겠다고 벼른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를 대놓고 옹호할 수도 없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당내엔 김 여사 사과로 연착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은 10·1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특검법이 부결되면 여당이 김 여사 수사를 막았다고 총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연일 윤 대통령에게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김 여사가 실제 대통령이라는 국민적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며 “의혹 앞에 선 대통령 부부에게 남은 길은 특검법 수용뿐”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전 야당 주도로 통과된 김 여사 특검법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 시점은 국무회의가 열리는 오는 30일보다는 행사 시한인 다음달 4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김 여사 특검법이 처음 통과됐을 땐 첫 국무회의에서 바로 거부권을 의결한 것과 달리 이번엔 국무위원들의 거부권 행사 요청 이후 며칠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반면 야권에선 김 여사의 총선개입 의혹 공소시효 때문에 일부러 늦춘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4·10 총선 6개월 후인 다음달 10일 끝나기 때문이다. 법안 공포까지 걸리는 시간(최대 5일)을 감안하면 다음달 5일에는 재표결이 이뤄져야 법안이 통과됐을 때 공소시효를 멈출 수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오는 30일 거부권을 행사하면 다음달 4일에 본회의를 열고, 다음달 4일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토요일인 5일 본회의를 강행하려 한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재표결을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공소시효도 있고, (다음달 7일 시작하는) 국정감사 전에 한 번 마무리를 해야 한다. 국감 이후는 너무 늦다”고 말했다.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여론은 찬성에 쏠려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3일부터 3일간 1005명에게 물은 조사(응답률 15.2%)에서 야당이 추진하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은 65%, 반대 여론은 24%였다. 특히 여당 지지세가 높은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도 특검법 찬성 여론이 각각 58%로 과반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100% 휴대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국민의힘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재표결에서 법안에 반대하면 여당이 끝까지 김 여사를 감싼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김 여사 특검법 통과 때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지 않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일각에선 최근 독대 여부를 두고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친한동훈(친한)계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술적으로 국민의힘에서 의원 8명이 찬성으로 바뀌면 특검법이 재표결 문턱을 넘을 수 있다. 하지만 김 여사 특검법이 통과되면 당정관계가 파탄 나고,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여권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어 그러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신 여당 내에선 여론을 달래기 위해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CBS라디오에서 “김 여사를 방어하려면 (입장 표명으로) 여당에 명분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특검보다는 검찰이 김 여사를 수사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민심에 역행하는 윤 대통령과 여당에 공세를 펴면서, 김 여사 특검법이 부결되더라도 재발의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재표결에서 부결되면 국감 때 다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모아서 11월에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공천 개입은 선거법 외에 정당 업무에 대한 개입이라 정당법 등 다른 법률로 의율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소시효 논란에서 벗어나 3번째 특검법에도 수사 대상에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넣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한 자가 범인이라며 공정을 외쳤지만 자신에겐 예외를 적용하고 버티고 있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든 공천개입이든 실체적 진실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드시 균열이 올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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