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뺑소니’ 주범·조력자 구속…유족 “아빠 환갑잔치 보름 남기고···”

지난 27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뺑소니 사망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도주치사상)를 받은 30대 마세라티 운전자가 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광주 마세라티’ 뺑소니 사망사고 운전자 A씨(30대)에 대한 구속 수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의 수상한 행적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피해자 유가족은 의혹 없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29일 광주경찰에 따르면 광주지법은 지난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마세라티 운전자 A씨(30대)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조력자인 30대 B씨에 대해서도 범인도피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A씨는 지난 24일 오전 3시11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마세라티를 몰다가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치어 운전자를 크게 다치게 하고 동승자 C씨(20대) 숨지게 한 뒤 도주했다. B씨는 A씨의 범행을 알고 대포폰을 제공하고 항공권을 예매해 주는 등 도주를 도왔다. A씨의 조력자는 B씨를 포함해 모두 3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만인 지난 26일 오후 9시50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길거리에서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범행을 시인한 상태다. “당시 음주상태였고, 경찰 싸이렌 소리가 무서워 도주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A씨의 행적은 여전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A씨의 주민등록등본상 주소지는 광주 북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로 돼 있다. 주민등록이 말소돼 행정복지센터로 이관됐다고 한다. 그의 직업도 의문이다. A씨는 주로 태국에서 생활해 왔는데 생활비 등 출처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무직이라고 주장 한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도 석연치 않다. A씨는 귀국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를 냈다. 마세라티는 서울의 한 법인 소유 차량인데, A씨가 지인으로부터 빌려 타고 다녔다.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음주 뺑소니 사망사고’ 차량인 마세라티를 대상으로 정밀 감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C씨의 장례는 최근 광주 북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유족 등 따르면 C씨는 지역 한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였다. 2년 전 이곳에 취업해 배송 전 물품을 포장하는 일을 해왔다. 월급을 받으면 매월 30만원씩 부모에게 용돈을 보냈다. C씨는 아버지의 생일이자 1년이 늦은 환갑잔치를 보름 남겨두고 변을 당했다. C씨의 유족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C씨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도 모자라 도주까지 한 운전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부경찰은 오는 30일 이 사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경위를 정확히 파악해 여러 의혹을 규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