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공백 깨고 여성 보컬 영입한 린킨파크···13년 만 내한공연

김한솔 기자 2024. 9. 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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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록밴드 린킨파크 ‘프롬 제로 월드 투어’
린킨파크의 새 보컬 에밀리 암스트롱.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암전된 무대 중앙에 파란 조명이 직선으로 내리꽂혔다. 마치 외계에서 온 비행물체가 착륙 지점을 찾듯, 수십 개의 조명이 어지럽게 무대를 훑고 지나갔다. “린킨파크”를 연호하는 1만4000명의 목소리가 점점 커질 때쯤 콘서트의 첫 곡, ‘섬웨어 아이 빌롱(Somewhere I Belong)’ 전주가 시작됐다.

미국의 록밴드 린킨파크는 지난 28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13년 만에 내한 공연, ‘프롬 제로 월드 투어’를 가졌다.

린킨파크는 1996년 데뷔했다. 전세계 통산 앨범 판매량 1억 장 이상, 두 차례 그래미상 수상 등 화려한 기록을 써나가던 이들의 활동은 2017년 핵심 멤버였던 보컬 체스터 베닝턴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중단됐다. 약 7년 간 개인 음악 작업을 하며 지내던 멤버들은 최근 베닝턴의 자리에 여성 보컬 에밀리 암스트롱을 영입하고 활동을 재개했다. 밴드가 보컬을 바꿀 수는 있지만, 아예 성별이 다른 보컬을 영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드러머 자리에서도 원년 멤버인 롭 버든 대신 콜린 브리틴이 새롭게 합류했다.

마이크 시노다와 에밀리 암스트롱.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관객들은 새 보컬과 함께 한국을 찾은 린킨파크를 열렬히 환영했다. 린킨파크는 국내에서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주제곡으로 유독 인기가 많다. 이날 공연에서도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 OST인 ‘뉴 디바이드 (New Divide)’ 를 부를 때 가장 큰 ‘떼창’이 나왔다. 360도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무대에서 프로듀서이자 래퍼인 마이크 시노다와 에밀리 암스트롱은 서로를 등지고 선 채 감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에밀리 암스트롱은 “크게 부를 수 있는 만큼 같이 크게 불러달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공연 초반 곡 사이사이마다 “린킨파크”를 외치던 관객들은 ‘기븐 업 (Given Up)’과 ‘원 스텝 클로저 (One Step Closer)’ 이후에는 “에밀리”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스탠딩석에 있는 관객 수십 명은 음악에 맞춰 어깨 동무를 하고 헤드뱅잉을 했다.

에밀리 암스트롱은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디어 간담회에서 “난 행운아다. 단 한 번도 제가 밴드에 합류한 사실을 당연하게 여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린킨파크는 오는 11월 새 정규 앨범 <프롬 제로>를 발매한다. 앨범명이자 이번 월드 투어 이름이기도 한 ‘프롬 제로’는 린킨파크라는 팀 이름이 정해지기 전 밴드가 결성됐을 때 처음 지었던 이름이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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