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유족, 국가배상 2심도 패소… “이미 구제급여 받아”
가습기살균제로 생후 23개월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국가의 배상책임은 인정됐지만, 이미 정부로부터 구제급여를 받았다는 이유로 추가 배상은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17-2부(재판장 차문호)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의 아이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2011년 6월 사망했다. A씨는 2014년 8월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세퓨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세퓨가 A씨에게 3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도 국가에 대한 청구는 “배상책임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세퓨의 배상 책임에 대한 1심 판단은 세퓨와 A씨 모두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다만 A씨는 국가가 자신에게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환경부 장관 등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등에 대한 유해성 심사를 하면서 특정 용도와 노출 환경에서 사용되는 것을 조건으로 심사했는데, 대중에 고시할 때는 이런 조건으로 심사했음을 알 수 있는 아무런 기재도 없이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만 적어 10년 가까이 방치했다”고 했다.
이어 “심지어 PHMG에 대해선 불충분한 과학 지식에 근거해 고분자물질이라는 이유만으로 독성 시험을 면제하면서 용도 제한 없이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표했다”면서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에 대한 공무원의 과실도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2014~2021년 환경부 고시, 가습기살균자피해자구제법 등에 따라 총 2억여원의 구제급여 및 지원금을 받은 점을 봤을 때 A씨가 정부에게 추가로 위자료를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받은) 구제급여조정금은 사망한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를 승계하여 지급받는 상속 위자료의 성격이 아니라 유족에 대한 고유 위자료”라면서 “A씨가 지급받을 고유 위자료는 이미 A씨가 지급받은 구제급여조정금의 액수보다 적거나 동액이라고 판단되므로 A씨는 더 이상 국가에 대해 고유 위자료를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심 법원 판결이 있었다. 당시 법원은 국가가 피해자 3명에게 300만∼5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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