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언론인이 그려본 '새만금의 미래'…"전북이라는 이름조차 버릴 각오"
새만금의 주인은 전북이지만 이제 새만금의 과실은 전북만이 아닌 대한민국 모두의 것이다.
새만금 신항만은 2026년에 준공될 예정이다. 새 항구가 들어서면 해마다 10만톤 이상 선박 수십 척이 자유롭게 접안 할 수 있게 된다.
국내용, 내해용이 아닌 황해 경제권 시대를 향해 나아갈 국적선이 상하이,홍콩, 마카오, 텐진, 엔타이는 물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인도와 파키스탄 등 인도양 제국을 향해 돛을 올리게 될 것이다.
황해 인접 국가는 물론, 서남해와 인도양 제국에 무엇을 싣고 어떤 제품을 가지고 교역에 나설 것인지 정부만 바라볼 일이 아니라 차제에 전북의 꿈과 의지도 실려야 할 것이다.
전북은 이제 호남의 은둔 지역이 아니라 1600여 년 전 백가제해(百家制海)의 나라 백제가 황해를 누볐듯이 이제 당당한 해상 자치도의 면모를 되찾아야 한다.
그 결과 10만 톤에서 최대 30만 톤의 대형 유조선이 정박할 수 있는 수심 20m 이상의 양항(良港) 후보지가 지금 제2제철소가 들어선 전남 광양과 전북 군산 두 군데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때마침 현대 정주영 회장이 아산만 일대에 현대제철소를 만들 요량으로 막대한 부지 매입을 끝내고 박 대통령에게 로비를 해 성공 직전이었는데 박 회장이 광양과 군산 두 군데 조사보고서를 들고 들어가 직언을 해서 광양으로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당시의 정재계 상황을 고려하면 비사라 할만하다. 그때 필자의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되었던 것은 광양도 아산만도 아닌 군산이라는 두 글자였다.
이제 세월이 흘러 제철소의 거대한 굴뚝 공장이 아닌 21세기 최첨단 산업 물류 항이 들어서게 되는 광경을 눈앞에 보게 되었다. 10만~20만 톤급 대형선박에 과연 어떤 첨단 화물을 싣고 그러기 위해 어떤 산업, 어떤 대기업이 들어와야 하는지 행복한 고민을 해도 좋을 때가 오고 있다.
태평양 시대의 산업화에 밀려 공업화와 산업화와 물류에 이르기까지 선진화 대열에서 마치 낙오해 버린듯한 전북의 침체-급기야 도세가 강원, 충북에도 밀려 꼴치로 추락한-는 이제 면모를 일신할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그렇다고 새만금은 '전북만의 엘도라도'는 아니다.
전북이 지금부터 사명감을 가지고 열어 가야 할 새만금 시대는 서해안 시대-황해 경제권 시대를 껴안고 맞아들이는 시대이다. 당연히 전북은 중요한 준비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새만금은 군산과 김제, 부안의 3개 시군의 땅따먹기-영역 다툼에서 벗어나 새만금특별시 혹은 새만금메가시티, 더 나아가 새만금특별자치도로 네이밍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지명조차 '새만금특자도'로 개명하는 특단의 결심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새만금 메가시티는 고창과 익산을 포함시킬 수도 있고 전주와 완주, 정읍을 묶어 새만금 메가시티를 배후에서 견인하고 인재를 길러 공급해주는 행정과 교육 선도(先導) 지역화하며 진안, 임실, 남원, 순창, 무주 등을 무공해 청정 위락관광지역으로 만들어 쉼터 기능을 발휘하도록 전북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메가스터디가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단순히 새만금 메가시티를 위한 배후 도시 개념이 아니라 기능의 적정 배분과 역할 분담을 통한 전북의 균형 발전, 나아가서 황해 경제권 시대를 여는 새만금특자도의 완성을 위한 큰 그림이다.
다가올 황해 경제권 시대는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의 새만금이 미국과 중국 일본이 함께하고 인도와 싱가폴 호주, 동남아시아 등 황해 공동체의 발진기지가 되는 개념이다. 그것은 미래, 30년 아니면 더 멀리 50년 후를 상정한 그림이다.
구글이 선정한 미국의 톱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수 년전 서울에서 한 강연에서 ‘미래가 현재를 만든다’고 설파했다. 50년 후, 진화한 AI가 그려낼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새만금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2050년 무렵이면 전라북도는 하나의 빌리지가 돼 있을 것이다. 새만금에서 출발하든, 전북의 어디에서 떠나든 목적지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최장 30분의 사통팔달 마을이 되고 동서남북으로 뻗어 나간 고속 도시철도와 버스는 서울 부산 대구 등지를 최단 직선거리로 이어줄 것이다.
무진장으로 불리던 무주, 진안, 장수 거기다 임실, 순창까지도 사실상 한 마을로 통합돼서 산수가 빼어나고 풍광이 수려한 위락 관광단지에서는 새만금 시민은 물론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에서까지 찾아온 휴양객들이 새만금 바이오 생명공학 산업단지에서 특별제조된 한방약과 치료시설에 흠뻑 빠져 장기 휴양하고 있을 것이다.
동선의 단축 때문에 전북 전체가 하나의 빌리지 처럼 되긴 했지만 지역마다 품고 있는 고유한 문화특성을 살린 판소리와 농악은 연중 내내 문화축제로 펼쳐진다.
창과 민요를 하는 아이돌이 속속 등장해 급기야 BTS를 능가하는 세계적 아티스트로 사랑받게 된다. 문화를 사랑하고 정이 많고 지식수준이 높은 2050년 무렵의 전북인들은 마침내 새만금의 완성과 함께 파라다이스 전북을 성취한다.
남은 과제인 황해 경제시대, 황해 공동체 시대를 앞에 두고 새만금 컨벤션 센터에서는 한국과 미국, 중국과 일본, 호주와 인도 등 역내 강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정상, 혹은 실무 각료회담이 빈번하게 열리고 있다.
북한 핵 문제도 현상동결에서 점진적 폐기로 한·미·중·러의 합의가 이루어져 한반도에는 항구적 평화 시대가 열리고 새만금 신항을 발진기지로 평택과 인천, 해주와 진남포, 신의주를 잇는 서해 벨트가 열려 중국의 텐진에서 요동반도를 거쳐 실크로드로 연결되는 신 실크로드가 막을 올리게 된다.
2070년 마침내 황해공동체가 러시아의 가입을 끝으로 그 역사적 조인식이 새만금 컨벤션 센터 대회의실에서 수십억 세계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다.
전북특별자치도 혹은 새만금특별자치도는 그렇게 미래에서 현재를 만들고 도민들은 미래에서 설계한 현재의 스텝을 오늘 확실하게 밟아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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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균 재경전주시민회 회장은 1946년 전북 전주시 태생으로 전주고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1973년부터 1985년까지 중앙일보의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1985년부터 KBS 정치부 차장, 도쿄총국 특파원, 경제부장 및 정치부장, 보도국장, 정책기획센터장을 역임했다. 2003년부터 퇴직할 때까지 KBS 보도본부 보도위원을 맡았으며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원장으로 재직했다.
[김대홍 기자(=전북)(95mink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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