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온건파 이시바 내각에 거는 기대…한일관계 '반컵' 채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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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의 새 총재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선출됐다.
이시바는 지난 27일 1차 투표에서 강경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에 뒤진 채 2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과반을 득표해 역전극을 연출했다.
이시바 총재는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자민당 내 강경보수 파벌과 줄곧 각을 세우며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일본 내각 출범이 예상되면서 한일관계의 발전적 계기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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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일본 자민당의 새 총재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선출됐다. 이시바는 지난 27일 1차 투표에서 강경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에 뒤진 채 2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과반을 득표해 역전극을 연출했다. 의원내각제 하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에 오르는 게 관례다. 3년간 재임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뒤를 잇는 이시바 총재는 다음 달 1일 국회 표결을 거쳐 새 총리에 공식 취임한다. 과거사 문제에서 비교적 전향적 입장을 취해온 이시바 차기 총리 등장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시바 총재는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자민당 내 강경보수 파벌과 줄곧 각을 세우며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지만 정치자금 스캔들 등으로 당이 위기에 빠져들자 결국 5번째 도전 끝에 구원투수로서 낙점 받았다. 주목할 점은 우익적 색채가 갈수록 강해지는 자민당 내에서 차별화된 역사 인식을 지닌 인물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태평양전쟁을 '침략전쟁'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해 오지 않았다. "전쟁 책임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이 식민 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 오부치·김대중 시대 같은 좋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등 우익과는 다른 전향적 목소리도 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일본 내각 출범이 예상되면서 한일관계의 발전적 계기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이시바 총재는 출마를 앞두고 출간한 책에서 "한일관계는 윤 대통령의 명확한 리더십으로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하며 "이 호기를 일본도 활용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에 비해 호응이 부족했던 기시다 내각과는 다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한일 우호관계를 중시하더라도 강경보수 기류가 여전한 자민당 내에서 비주류적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시바 총재는 독도 등 영토 문제에 대한 태도가 강경하고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 배상이 종료됐다는 입장도 견지하고 있다. 방위상을 지낸 이시바는 일본 헌법을 개정해 군대 보유를 명시하자고 하고 아시아판 다자안보협력체 결성을 주장하는 등 군사대국화와 관련해 적극적인 언행도 보였다.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으로서 한일관계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양국 관계는 그간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 따라 굴곡을 겪어왔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나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 등 일본이 사죄와 반성을 보일 때 미래지향적 관계가 열렸지만 그렇지 않으면 뒷걸음질 쳐왔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3월 강제징용 배상금 관련 제3자 변제안 등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내놓으며 "물잔의 절반을 채웠으니 나머지 절반은 일본 채우라"고 했다. 한국의 역사적 아픔을 이해하는 이시바 내각이라면 어떤 전향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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